어쩌다보니 지인이랑 이야기 하다가 만들어 낸 "어이없는 아빠 시리즈." 이게 뭔고 하니, 아이가 실수하거나 사고를 쳐서 너무 슬퍼하거나 괴로워 할때, 사실은 아빠도 어렸을 때 실수도 많이하고 사고도 많이 쳤다며 실수에 크게 좌절하지 않는 용기를 주려고 해준 이야기 들인데 지인이가 너무 재밌어하면서 가끔 심심하면 해달라고 한다. 현재까지 총 4가지가 있다.

 

1. 초등학교 1학년때 형이랑 침대에서 장난치다가 팔 부러뜨린 이야기 (이건 형이 좀 잘못한게 크다.) 덕분에 왼팔이 크게 휘어서 증거가 남아있다.

2. 초등학교 6학년때 방학식 하고 신나서 아파트 계단에서 장난치다가 양쪽 팔을 다 기브스한 이야기. 오른팔은 완전 기브스, 왼팔은 반기브스. 다친 첫날은 양팔을 다 완전 기브스를 하는 바람에 밥도 형이 떠먹여주고 똥도 닦아줬다는 포인트를 아주 재밌어 한다.

3. 중학생때 샤워하다면서 욕조에서 괜히 섰다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엉덩이로 욕조에 구멍낸 이야기. 엉덩이에 상처를 꼬맨 자국이 있어 보여주면 빵 터진다.

4. 고등학생때 기숙사에서 늦잠자서 갖히는 바람에 2층에서 몰래 배관을 타고 내려오다가 손이 다 찢어진 이야기. 역시나 손에 상처자국이 있어 아주 실감나는 이야기. 원래 선생님들한테 농구 골대에서 다쳤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탐정같은 주사 아저씨가 (이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식당으로 이어진 핏자국을 쫓아갔더니 기숙사 뒤로 이어져서 딱 걸렸다는 부분에서 빵 터진다. 다행히 학주가 손을 심하게 다쳤으니 벌점 없이 한번 봐준다고 했다.

 

이번에 캐나다에서 운전해서 오는길에 애가 심심해해서 또 어이없는 아빠 시리즈를 이야기 하다가 고등학교때 있었던 에피소드를 몇 개 추가했다.

- 역시나 기숙사에서 늦잠을 잤는데 마침 같이 늦잠자서 갖힌 친구가 나포함 총 5명. 갖힌김에 봉지라면 먹고 나가려다가 기숙사 고장난 문을 확인하러온 교장 포함 몇몇 선생님들한테 잡힐 뻔 했으니 기적적으로 안걸리고 빠져나왔는데 만들어 놓은 라면 먹겠다고 다시 들어갔다가 5명 다같이 걸려서 퇴사당한 이야기. 어이없는 부모님 호출은 덤.

- 1학년때 기숙사에서 여름방학 마지막날과 2학기 시작하는 날 반애들이 다 모여서 놀다가 두번 걸려서 퇴사 당한일. 퇴사당해놓고 집에 안가고 비어있는 친구집에서 자면서 학교 다닌 이야기. (부모님께 알리고 허락은 받았음.) 그 와중에 친구 집에서 쌀을 못 찾아서 도시락통 가져와 점심시간마다 밥을 잔뜩 받아서 통에 넣어 집에 가져간 이야기. 일주일중에 하루 공부하고 나머지는 신나게 논 이야기. 

- 2학년 여름방학 마지막날 레크리에션에서 마릴린 맨슨 공연한다고 얼굴에 아크릴물감 칠하고 실험복에 빨간 락카로 칠해서 공연한 이야기. 나름 천주교 신자인 엄마와 딸에게 내가 부른 노래가 anti-chirist superstar라는 이야기는 못 했음. 그 과정에서 경시대회 준비 여름학교 일정이랑 겹쳐서 그거 빠질라고 선생님들이랑 싸운 이야기는 좀 순화해서 이야기 함.

- 3학년때 유로 2000 결승전 본다고 방송실에서 티비 가져와 새벽에 본 이야기. 트레제게의 동점골에 환호성을 질렀다가 다들 사감에게 걸렸는데 나는 마침 연장전 시작전에 룸메 깨우러 가느라 없어서 안걸린 이야기. 

계속 해달라고 그래서 생각나는게 몇 개 더 있었지만 술마신 이야기가 많아서 교육상 안좋아 패스함. 추가로 종락가 독서대에서 자다가 새벽에 깨서 세콤 출동한 이야기를 함. 

 

한참 이야기 하다보니 친구들이 보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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