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2월 쯤일거다. 

수능 끝나고 카이스트에 놀러가서 빈둥거리다가 본격적으로 담배를 피기 시작한게.

모든 흡연자들이 그러하듯이 쉽게 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시작했다.

그리고는 딱히 끊을 이유를 찾지 못하기도 했고,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같이 담배를 피고 있었기에 흡연이라는 행위 자체가 괜히 친밀하게 느껴졌다. 

중간에 작은 금연 시도가 있었지만 이내 다시 피웠다.

금연의 어려운 점은 다시 피기가 너무 쉽다는데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2009년 12월 쯤에 금연을 시작했다.

계기는 미국에 체류기간이 이전에 비해 길어지면서 준비해간 담배가 떨어졌고,

메릴랜드에서 나를 챙겨주던 선배가 금연중이면서 나에게도 금연을 종용했고,

한창 연애중에 담배는 끊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오고 있어서

이 기회에 끊자 싶었다. 

금연은 사소한 이유로 시작해야 성공한다는 괜한 생각이 있었기도 했고.

그 뒤로 금연을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6개월 쯤 지나고 한대 핀 적이 있지만 연속성이 없으니 금연중이라 할 만했다.

디펜스를 준비하는 기간, 발표하는 날 괜히 담배한대가 피고 싶었지만 잘 참았다.


2년을 순조롭게 채워가던 중 실연이 있었다.

실연과 흡연은 매우 자연스러운 연결이다. 

다행인 것은 내가 캐나다에 있어서 다시 담배를 피는게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이었다면 너무 쉽게 담배를 살 수 있고 가격도 싸니까 아마 다시 폈을거다.

담배를 보이게 진열하지 않는 것과 가격을 올리는 것은 금연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긴 한 것 같다.


그리고 그 둘의 연결이 너무 자연스럽기에

실연의 결과로 흡연을 하는 것은 왠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참았다. 

잘 참았다.


여름에 오랜만에 한국에 가서도 담배를 피지 않았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도 담배를 피지 않았다.

오랜만에 본 친구들은 흡연자가 몇 남아있지 않았다.

누구는 결혼해서,

누구는 건강상의 이유로,

...


학회차 중국에 가서도 담배를 피지 않았다.

중국의 더러운 공기속에서도 담배를 피지 않았다.

비흡연자들은 공기가 더러우면 더 피고 싶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봄의 독한 황사에 이를 중화시킨다는 핑계로 담배를 무는게 흡연자들이다.

어쨌든 잘 참았다.

아니 별로 피고 싶지도 않았다.


한국에 돌아와서 만났다.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길에 담배를 샀다.

자연스러웠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한국에서 남은 시간동안 계속 담배를 폈고,

캐나다로 나오면서 담배를 사서 나왔다.

나의 금연은 2년 8개월 정도로 끝났다.


사온 담배를 다 피고는 끊어야겠다 싶었다.

다 피고나니 왜?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끊어야 하지? 

그래서 담배를 샀다. 

한갑에 거의 10불하는 담배를 세갑을 피고나서 다시 고민하고 있다.


자. 나는 이제 나가서 담배를 사와서 필 것인가? 

오늘을 새로운 금연의 시작으로 할 것인가?


나름 금연을 하는동안 금연이 참 쉬웠다.

그게 쉬울 수 있었던데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의지가 강하다는 따위의 이유가 아니었다.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

나를 되돌아 보게하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

결국은 사람으로 귀결된다. 내 인생은.


금연을 이어가볼까 하고 담배인생을 회상해보려 쓴 글인데,

나는 지금 담배사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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