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지인이랑 이야기 하다가 만들어 낸 "어이없는 아빠 시리즈." 이게 뭔고 하니, 아이가 실수하거나 사고를 쳐서 너무 슬퍼하거나 괴로워 할때, 사실은 아빠도 어렸을 때 실수도 많이하고 사고도 많이 쳤다며 실수에 크게 좌절하지 않는 용기를 주려고 해준 이야기 들인데 지인이가 너무 재밌어하면서 가끔 심심하면 해달라고 한다. 현재까지 총 4가지가 있다.

 

1. 초등학교 1학년때 형이랑 침대에서 장난치다가 팔 부러뜨린 이야기 (이건 형이 좀 잘못한게 크다.) 덕분에 왼팔이 크게 휘어서 증거가 남아있다.

2. 초등학교 6학년때 방학식 하고 신나서 아파트 계단에서 장난치다가 양쪽 팔을 다 기브스한 이야기. 오른팔은 완전 기브스, 왼팔은 반기브스. 다친 첫날은 양팔을 다 완전 기브스를 하는 바람에 밥도 형이 떠먹여주고 똥도 닦아줬다는 포인트를 아주 재밌어 한다.

3. 중학생때 샤워하다면서 욕조에서 괜히 섰다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엉덩이로 욕조에 구멍낸 이야기. 엉덩이에 상처를 꼬맨 자국이 있어 보여주면 빵 터진다.

4. 고등학생때 기숙사에서 늦잠자서 갖히는 바람에 2층에서 몰래 배관을 타고 내려오다가 손이 다 찢어진 이야기. 역시나 손에 상처자국이 있어 아주 실감나는 이야기. 원래 선생님들한테 농구 골대에서 다쳤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탐정같은 주사 아저씨가 (이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식당으로 이어진 핏자국을 쫓아갔더니 기숙사 뒤로 이어져서 딱 걸렸다는 부분에서 빵 터진다. 다행히 학주가 손을 심하게 다쳤으니 벌점 없이 한번 봐준다고 했다.

 

이번에 캐나다에서 운전해서 오는길에 애가 심심해해서 또 어이없는 아빠 시리즈를 이야기 하다가 고등학교때 있었던 에피소드를 몇 개 추가했다.

- 역시나 기숙사에서 늦잠을 잤는데 마침 같이 늦잠자서 갖힌 친구가 나포함 총 5명. 갖힌김에 봉지라면 먹고 나가려다가 기숙사 고장난 문을 확인하러온 교장 포함 몇몇 선생님들한테 잡힐 뻔 했으니 기적적으로 안걸리고 빠져나왔는데 만들어 놓은 라면 먹겠다고 다시 들어갔다가 5명 다같이 걸려서 퇴사당한 이야기. 어이없는 부모님 호출은 덤.

- 1학년때 기숙사에서 여름방학 마지막날과 2학기 시작하는 날 반애들이 다 모여서 놀다가 두번 걸려서 퇴사 당한일. 퇴사당해놓고 집에 안가고 비어있는 친구집에서 자면서 학교 다닌 이야기. (부모님께 알리고 허락은 받았음.) 그 와중에 친구 집에서 쌀을 못 찾아서 도시락통 가져와 점심시간마다 밥을 잔뜩 받아서 통에 넣어 집에 가져간 이야기. 일주일중에 하루 공부하고 나머지는 신나게 논 이야기. 

- 2학년 여름방학 마지막날 레크리에션에서 마릴린 맨슨 공연한다고 얼굴에 아크릴물감 칠하고 실험복에 빨간 락카로 칠해서 공연한 이야기. 나름 천주교 신자인 엄마와 딸에게 내가 부른 노래가 anti-chirist superstar라는 이야기는 못 했음. 그 과정에서 경시대회 준비 여름학교 일정이랑 겹쳐서 그거 빠질라고 선생님들이랑 싸운 이야기는 좀 순화해서 이야기 함.

- 3학년때 유로 2000 결승전 본다고 방송실에서 티비 가져와 새벽에 본 이야기. 트레제게의 동점골에 환호성을 질렀다가 다들 사감에게 걸렸는데 나는 마침 연장전 시작전에 룸메 깨우러 가느라 없어서 안걸린 이야기. 

계속 해달라고 그래서 생각나는게 몇 개 더 있었지만 술마신 이야기가 많아서 교육상 안좋아 패스함. 추가로 종락가 독서대에서 자다가 새벽에 깨서 세콤 출동한 이야기를 함. 

 

한참 이야기 하다보니 친구들이 보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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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40에 나의 20대를 추억하는 드라마를 보는 것은 애잔하다. 그 시절이 그립고 또 그 시절은 이제 없음을 알기에. 같이 추억할 사람도 지금 주변에 없고 앞으로도 없을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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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볼게 없어서 간만에 정주행 하는데 내가 이제 곧 그 아저씨 나이네. 40이라니. 한것도 없는데. 인생도 심심해지고.

애를 혼자 미국에 보내놓고 사는 삶이라니. 기러기도 최악이지만 애초에 말이 안되는 설정인듯. 그래도 재미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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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많은 실패를 거치고, 또 다시 안좋은 결과를 받아들고는 많은 고민을 했다.

 

기회는 많았고, 잡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앞으로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기회들이 있다.

 

지금껏 눈앞의 기회에 맞추고 그런 기회에 쫓기느라 허덕이고, 결국 기회는 잡지 못하고 여러 의미에서 상처만 남았다. 눈앞의 또 하나의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기회가 있지만, 더이상은 이렇게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처럼, 하던대로 해서 실제로 그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고, 하던대로 하지 않아서 놓친 기회에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막상 잡고 나면 모든 상처가 치유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덧 40이 되어버린 나이에 여전히 그런 기회에 휘둘리고 쫓기는 삶을 산다면 다음에도 똑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지금이 낫겠다.

 

오히려 지금이 기회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주어진 기회를 잡으려고 애쓰기 보다, 기회를 만들 수 있을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 진부한 얘기로 내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은 이런 생각을 실천하기에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지금은 그래도 할 수 있다. 4년은 시간이 있고, 그 시간동안 정말 의미있는 연구를 하고, 소홀 했던 부분을 갈고 닦으며, 새로운 것을을 배워 익힐 것이다. 누구나 원해서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은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그나마 나은 차선이 되고 싶지 않다. 나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 되어야 한다. 그때가 되면 지금 같은 기회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또 다른 기회가 생길 것이고, 없다면 만들 것이다. 

 

나를 부정하기 보다 긍정하고, 약점을 메우기 보다 강점을 키우며, 정말 하고싶은 일을 열정적으로 해서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는 그때를 준비하자. 

 

기회를 기다리지도 쫓지도 않는다. 기회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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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로서 내가 그정도로 어설픈가. 아니면 내가 욕심이 과한가. 반복되는 실패는 삶을 갉아먹는다. 좋지않다.

 

이제 진짜 그만해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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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생님의 부고를 들었다.

 

대학교 1학년, 고등학교 때 경시대회 준비 하느라 조금 미리 공부 한걸로 한창 우쭐할 당시에 첫 대학 천문학 수업을 홍선생님께 들은 것은 행운이었다. 그 열정적인 강의에 내 얄팍한 지식은 고개들 틈이 없었고 그저 따라가는 것 만으로도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그 학기 이후 많은 수업을 듣고 연구를 하고 있지만 천문학이 제일 재미있었던 때는 역시 그때가 아니었을까.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수준의 5장짜리 오르트 운에 대한 기말 리포트를 높게 평가해주셨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덕에 한창 정신 못 차리고 놀 때도 천문학 수업은 빠지지 않았다. 수업 중간중간에 "이거 한번 풀어봐"라는 말로 내주시는 숙제들을 하는 게 왜 그렇게 재밌었을까?

 

대학교 3학년, 동아리 활동을 한답시고 흘려보낸 2년 덕분에 전공 진입도 못한채로 천문학과 전공 수업을 들어야 했다. 태양계 천문학과 천체물리학 1을 홍선생님께 들었다. 수업은 점점 어려워졌고 늘어진 생활패턴 때문에 수업시간에 늦을까 매번 노심초사하다가 홍선생님 꿈을 꾸고는 화들짝 놀라 깨서 겨우겨우 수업에 맞춰 들어가던 시간들. 숙제 쫓아가기는 참 힘들었지만, 나름 어려서 배운 코딩 경험 덕분에 꾸역꾸역 코드를 짜서 숙제를 할 수 있었고, 컴퓨터로 천문학을 한다는 게 참 재밌었다. 홍선생님께서 숙제에 "you are very good at coding!"이라고 쓰신 코멘트에 으쓱하며 이게 내 적성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래선지 아직도 그러고 앉아있다. 천체물리 시간에 배웠던 열적 불안정은 아직도 몇 번씩 다시 들여다보는 내 연구의 한 축이다.

 

천체물리 수업 중에 칠판에 김웅태, 조정연 이름을 쓰시고는 교수 공채 세미나 하니까 꼭 들으라고 하셨다. 두 분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시며 "참 잘한다"라는 코멘트를 하셨던 것 같다. 나도 언젠가 선생님께 저런 평을 듣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기도 했다. 학위 받고 한번도 제대로 내 연구에 대해 선생님과 길게 이야기를 못 나눠본 게 아쉽다. 한번 서울대 콜로퀴움 이후에 선생님께서 별 형성률에 대한 correlation과 causality를 구분해서 설명하려고 한 부분이 좋았다는 말씀이 박사 이후 연구에 대한 유일한 대화였다. 선생님, 그게 다 선생님께서 강조하셔서 배운 대로 한 겁니다. 이 말씀을 지금이라도 드리고 싶다.

 

선생님께서 투병중이시란 이야기를 전해 듣고, 팟캐스트에서 목소리를 듣는데 가슴이 먹먹했다. 선생님의 수필집을 정규에게 부탁해서 사서 읽고 선생님의 일상을 엿보며 또 먹먹했다. 선생님께 배울 때만큼 천문학을 즐기고 재밌어하지 못하는 내가 안타까웠다.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그 연세까지 수업에서, 연구에서, 일상에서 그렇게 천문학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하실 수 있었을까? 언젠가부터 내가 내 연구를 그렇게 열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더 좋은 연구가 남들이 좋아할 연구가 돼버린걸 기나긴 잡 시장에서의 실패의 경험 때문이라고 치부해도 될까? 이미 열정적이지 못 했기 때문에 잡 시장에서 실패한 것일까? 선생님과 같은 눈빛으로 학문을 바라보고 싶었다. 내 눈은 언제부터 흐려졌을까. 선생님처럼 반짝이던 시절이 있었을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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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수 있다는 결심

이번이 마지막 이라는 결심


결심을 실천으로 옮길 용기

용기를 얻기 위한 발언

발언을 뒷받침할 행동


더이상 나를 갉아먹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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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jection, 거절


저렇게 써놓고 보니 무언가 차갑고, 무겁고, 깜깜한 그런 단어의 느낌이 확 느껴진다. 최근 몇 년간 무수히도 많은 거절을 받으며 이제 좀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하나의 거절이 추가될 때 마다 여전히 같은 무게로 (아니 어쩌면 해가 갈수록 더 무겁게) 나를 짓누른다. 인생이 원래 그런건가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본다. 분명, 누군가는 무언가를 준비하고, 받아들여지길 바라고, 또 거절 당하고 그렇게 산다. 사람마다 그거 무엇인지는 다르겠지만 뭐 그런거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나의 쓰임이라는 걸 꾸준히 증명하며 살아야 하니 피할 수 없는 것은 맞다.


거절을 안당하는 방법은 그럴 만한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게 내가 사는 방식이었다. 내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만한 일에는 지원하지 않는 그런 방식. 내가 노력하고 만들어낸 지금의 내 상태를 받아들여 줄 만한 곳에서 만족하고 살았다. 그 편이 감정의 소모도 적고 성취감도 크고 행복했다. 혹자는 내가 도전적이지 않았다고 손가락질을 하겠지만 난 그 편이 좋았던 것 같다. 지금처럼 안될 것 같은 일에 꾸준히 부딪히고 있는건 내가 살아온 방식과는 확실히 다른 것이고 그게 얼마나 힘든지 계속 배운다. 이런 삶은 나를 갉아먹는다. 


언젠가는 멈출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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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다 마지막으로 글 쓴게 어느새 1년이 다 돼간다. 시간은 잘 가는데 뭔가 일년전과 달라진 게 없는 듯 한 기분이다. 쓸데없는 언쟁으로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그런 순간이 언제쯤 없어질까? 언쟁이 없어지는게 좋은 건지? 아니면 결국 그런 상황은 서로가 무관심해져야 가능한 일인지...


조금씩 발을 내딛고 있는 것 같은데 지나고보면 제자리 같다. 허공에서 허우적 대는 기분. 내가 필요한 건 이 상태를 벗어나게 해 줄 사람인가? 아니면 이 상태도 괜찮다고 얘기해 줄 사람인가? 


실제로 한발 더 나가고 난들 또다른 공간에서 허우적 댈 텐데, 그때는 괜찮다고 해 줄려나? 속 터놓고 시원하게 얘기할 사람이 필요하다.


자꾸만 자꾸만 안으로 깊숙히 침전하는 나. 그런 나를 끄집어 낼 수 있는 너.


그냥 너 말고 그런 너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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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톡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세상 여기저기 떠도는 좋은 톡을 하는 방법을 이래저래 주워섬기고 새로운 방식으로 톡을 해볼까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가 오히려 제대로 준비도 못하고 망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결국 맨날 하던 방식대로 발표자료를 만들었다.


발표 내용을 길게 쓰고 연습을 좀 해야 될텐데 자료 만들고 나니 이거 또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네.


좋은 발표자가 될 수 있는 순간이 오긴 오려나. 아 심장 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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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ime is always ripe to do right.” – Dr. Martin Luther King, Jr.


Wow. I hope this is 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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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

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


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거리

엉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


바라보면 너 눈물같은 빛남


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 비치는

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

나 무엇으로 가난하랴

요즘 혼술이란 말이 생겼던데. 

술은 좋아해도 혼자서 술마시진 않았었다. 

가끔 동아리 형들이 혼자서 술마신 얘기를 했어도 사실 잘 이해는 안됐었다.

술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술자리를 좋아한다고 주장했었는데,

결혼하고나니 혼자서 술마시는 횟수가 늘어난다.

그냥 술을 좋아하는 거였던가.


캐나다 처음 왔을때는 

술이 필요할 때 불러낼 사람이 없어서 미시건까지 운전해가서 술마시곤 했었는데,

지금은 불러낼 사람이 있어도 불러낼 수 없고,

불러도 나갈 수 없어서,

혼자 마시고 만다.


삶의 무게인지, 이게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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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Marriage - KAHLIL GIBRAN


You were born together, and together you shall be for evermore.
You shall be together when white wings of death scatter your days.
Aye, you shall be together even in the silent memory of God.


But let there be spaces in your togetherness.
And let the winds of the heavens dance between you.
Love one another, but make not a bond of love:
Let it rather be a moving sea between the shores of your souls.


Fill each other's cup but drink not from one cup. 
Give one another of your bread but eat not from the same loaf.
Sing and dance together and be joyous, but let each one of you be alone,
Even as the strings of a lute are alone though they quiver with the same music.


Give your hearts, but not into each other's keeping.
For only the hand of Life can contain your hearts.
And stand together yet not too near together:
For the pillars of the temple stand apart,
And the oak tree and the cypress grow not in each other's shadow.


결혼에 대하여 - 칼릴 지브란


영원히 함께 하리라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삶을 흩어 놓을 때에도 그대들은 함께 하리라 
그리고 신의 고요한 기억속에서도 영원히 함께 하리라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시국이 하수상하여 뭔가 다음 자리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잠깐씩 이래도 되나 싶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현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아무 말과 행동도 하지 않고 연구하고, 논문쓰고, 지원서 작성하고, 지원하고, 돌아다니면서 발표하고, 앞으로의 연구 비전에 대해 열심히 떠드는 내 모습이 내가 사는 사회와는 상당히 유리되어 있는 기분 이랄까. 엄밀히 말하면 한국이 현재 내가 사는 사회는 아니긴 하지만, 한국이라는 사회에 일종의 마음의 빚을 안고 살기에 이런 상황이 괜히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다. 사실 부끄러워야 할 사람은 저기 저 세상에 널려있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너무도 당당하고 후안무치 한데, 나는 왜 이렇게 부끄러운가. 가만히 앉아서 내 할일을 하는게 부끄럽다는게 너무 불편하다.


그래도 논문은 써야되고, 연구 제안서도 써야되고, 연구도 해야되고, 은하에서 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게 성간물질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열심히 설명하고, 너희가 관심있어 하는 연구에 왜 내 연구가 중요한지를 설득해야 한다. 그리곤 사실상 이런 일들이 왜 중요한지를 저 뻔뻔한 인간들에게 설명해서 연구비도 따내야 하고 먹고살 궁리를 해야한다. 저들이 그렇게 손쉽게 닦아먹는 돈의 손톱의 때 만큼이라도 얻어내기 위해. 어떤 논리와 근거가 그들을 움직이겠는가? 결국 내가 하는 일은 그들의 이익에 부합할리가 없으니, 그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만 돈을 쓰지 않는다고 보여주기 위함일 뿐이지.


사기꾼과 기회주의자들이 판치는, 그런 잘못된 고리의 끈을 끊으려 노력했던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아직 있다고 믿고 있다.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겠지. 힘을 실어주는 것도 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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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이란걸 첨 본 것은 아닌데 꽤나 오랜만이긴 하다. 학부성적에 꼬투리 잡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대학원 입시에서도 있었으니 새로울 것도 없다. 그 때의 내가 후회되지 않기에 그게 당락을 결정한다면 아쉬울 것도 없지.

평소에 전혀 생각도 안했던 "내가 짱이야 내연구가 짱이야" 식의 발표를 하는 것도 좀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이다. 나름 야심차게 넣은 웃음 포이트도 스카이프라 반응을 확인할 수 없었던게 좀 아쉽다.

면접을 하면서 아직 내가 준비가 안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연구 외적으로는 뭐를 준비해야 하는지도 몰랐던거 같다. 동시에 이런 준비가 다 돼서 면접을 본다는게 가능한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이제 슬슬 다음을 향해 한발을 내밀기 시작했는데 뒤가 점점 낭떠러지가 된다는 느낌이라 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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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 스웨덴  (0) 2016.08.27

자기라는 거울은 다른 사람을 비추기엔 적절하지 않다. 


때로는 너무 깨끗하고, 

때로는 너무 더럽고, 

때로는 너무 오목하며, 

때로는 너무 볼록하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도를 판단할 때 자신을 거울삼아 판단하지 마라. 

너가 그런다고 남도 그러는거 아니다. 

그 사람의 의도를 알고 싶으면 그냥 그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고 생각을 물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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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내랑 싸우고 나면 나 자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할 때가 있다. 때때로 발견되는 나의 한없는 찌질함과 이를 합리화 하기위한 궤변은 상당히 부끄러운 나의 모습인데 은근 자주 발견된다. 오늘 발견한 사실은 내가 꽤나 사소한 예측 불가능성에 대해 꽤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스스로를 대단히 계획성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면 꽤나 치밀하고 일정이 급작스럽게 변경되는걸 상당히 못견디는 유형의 사람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의 행동이나 반응은 상당히 예측 불가능 하지만 이게 예측 불가능 하다는 것이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의 행동에서는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예측 가능할거라 생각한 사람이 예측 불가능하게 행동하거나 반응할 때는 꽤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이게 적당히 나이먹는 대다수의 성인은 예측 가능할 거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실상 그렇지 않은 사람들, 기분파나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들의 행동이 그렇게 불편했던 이유가 예측 불가능성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건 다시 말하면 상당히 이성적인 사람인 내가 감성적인 아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불편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불편해 한건 상대가 감정적이라 비 논리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면 감정적이라고 항상 비 논리적인건 아니었다. 그 나름의 이유는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이유없는 행동들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내가 불편했던건 그런 행동이 예측 불가능 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음. 쓰고보니 좀 헛소리 같긴 한데 스스로를 좀 더 고찰해 볼 일이다. 자신을 아는게 이렇게 어렵다니, 역시 소크라테스의 질문에는 심오한 철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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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여행은 못했지만 유익했던 학회였다.

스웨덴이 전체적으로 카드를 잘 받는다고 했었는데 이정도로 잘 받을 줄 몰랐다. 오히려 미국보다 더 잘 받는 듯. 얼마전에 국회의원이 공무용 카드로 작은 액수의 사적인 물품을 (식료품인듯) 샀던게 문제가 돼서 사퇴한 걸 봤는데 스웨덴의 높은 카드 사용률과 연관되어 있는 듯 하다. 아무튼, 공용 화장실에 10크로나 동전을 넣을 때 빼고는 실제로 현금이 필요 한 적이 없었다. 환전한거 고스란히 갖고가서 다음에 환율 좋을때 팔아야 겠다.

날씨가 보통 흐리다던데 지난 일주일은 이보다 다 좋을 수 없는 날씨였다. 하지만 이건 거의 천운에 가깝다고 다들 그런다. 다른 여러가지 면에서 참 살고 싶은 나라인데 날씨는 역시 문제다.

그런데 과학하기에는 어려움이 좀 있어 보인다. 그나마 스톡홀름은 괜찮다는데 다른 학교에서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45세가 넘으면 연구비를 받을 수 없다는 식의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뭔소린지.

포켓몬 열풍은 학회에서도 이어졌다. 중간에
한명은 톡에 사람들이 모여서 폰을 들여다 보며 포켓몬을 하는 사진을 넣었는데, 마지막에 롭이 서머리 하는데 비슷한 사진을 넣었다. 아마 캠프리지 IoA에 포켓스탑이 있던지 짐이 있나보다. 그러면서 하는 얘기는 꽤 교훈적이다. "다들 한곳에 모여서 같은 일을 같은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다들 핸드폰을 들여다 볼 뿐 서로 얘기하지 않는다. 우리쪽 연구도 꽤 최근까지 그러했다. 관측자들도 각각의 tribe내에서만 교류하고 이론가들과의 직접적인 교류도 미미했다. 이제는 점점 그런 교류가 더 직접적으로 오가는 것 같아 고무적이다." 또하나 중요한 포인트. "좋은 학회를 위해서는 젊음 연구자들을 초청연사로 해야한다."

돌아오는길에 다른 포닥들과 나눈 얘기에서도 어느 정도 이 분야가 그런 crosstalk이 가능할 정도로 성숙한 것 같다는 얘기가 오갔다. 여전히 관측하는 사람들이 인용하는 시뮬레이션이나 이론은 5년전의 "틀린"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내가 인용하는 관측도 5년 이상의 "오래된" 관측인 경우가 많으니 남 탓을 할 일은 아니다. 결국 더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더 많이 논문을 읽어야 한다.

50일 된 아기를 남겨두고 학회에 온게 후회가 되지는 않을만큼 얻은 것 같다. 이제 돌아가서 고생한 아내와 일주일 새 몰라보게 커버린 지인이를 잘 달래줄 일이 남았다. (써야할 논문"들"과 각종 지원서"들"과 정리할 아이디어도 물론 많다. 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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