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내랑 싸우고 나면 나 자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할 때가 있다. 때때로 발견되는 나의 한없는 찌질함과 이를 합리화 하기위한 궤변은 상당히 부끄러운 나의 모습인데 은근 자주 발견된다. 오늘 발견한 사실은 내가 꽤나 사소한 예측 불가능성에 대해 꽤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스스로를 대단히 계획성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면 꽤나 치밀하고 일정이 급작스럽게 변경되는걸 상당히 못견디는 유형의 사람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의 행동이나 반응은 상당히 예측 불가능 하지만 이게 예측 불가능 하다는 것이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의 행동에서는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예측 가능할거라 생각한 사람이 예측 불가능하게 행동하거나 반응할 때는 꽤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이게 적당히 나이먹는 대다수의 성인은 예측 가능할 거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데 실상 그렇지 않은 사람들, 기분파나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들의 행동이 그렇게 불편했던 이유가 예측 불가능성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건 다시 말하면 상당히 이성적인 사람인 내가 감성적인 아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불편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불편해 한건 상대가 감정적이라 비 논리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면 감정적이라고 항상 비 논리적인건 아니었다. 그 나름의 이유는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이유없는 행동들은 없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내가 불편했던건 그런 행동이 예측 불가능 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음. 쓰고보니 좀 헛소리 같긴 한데 스스로를 좀 더 고찰해 볼 일이다. 자신을 아는게 이렇게 어렵다니, 역시 소크라테스의 질문에는 심오한 철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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