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내 꿈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내 인생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학문을 한다는 건 늘 벽에 부딛힌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려서 열정이 넘칠 때는 벽에 부딛히는게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니까, 난 잘 할 수 있고, 언젠가는 이 벽을 넘을 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괜찮았다. 누가 옆에서 뭐라고 해도 괜찮았다. 그리고 그때는 옆에서 늘 응원의 목소리가 더 컸다. 학위를 받을 즈음인가, 학위를 받고난 이후인가. 언젠가 부터는 벽에 부딛힐 때 마다 내가 깎여나간다는 느낌이다. 실제로 내가 깎여 나갔든, 내 열정이 침식 당했든 벽에 부딛히는게 조금씩 버거워 졌나보다. 그래서 언젠가 부터 그럴 때 마다 "더 늦기 전에 그만둬야 하는데..." 라는 자조적인 말을 달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진짜 그래 보였나보다.


사실은 그런 자조적인 말을 할 때도 진짜 그만뒤야 겠다는 생각은 절반을 넘지 않았다. 그 말을 주워 섬길때도 머리속에선 늘 어떻게 이걸 이어 나갈까를 고민한 것 같다. 


근데 그 말을 실제로 들으니 꽤나 충격이었다. 내가 백번을 말해도 넌 한번도 그 말을 해서는 안되는 거였다. 내가 그만둘 때 그만 두더라도 그건 내가 할 말이었다. 내가 그 말을 해도 넌 옆에서 말리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다. 그게 내 일에대한, 내가 고등학교 때 부터 가져온 꿈에 대한, 그리고 근 20년을 투자한 내 인생에 대한 존중이다. 이 길에 대한 비전이 잘 안보여도 그만두라는 말을 꺼내면 안된다. 조건부로라도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 그건 내가 할 말이다. 이 길을 걷기로 마음먹고난 이후 수십, 수백, 수천번을 더 고민해본 내가 할 말이다. 앞으로 몇 년을 더 헤메더라도, 그 결과가 결국 그 조건에 맞는다 하더라도, 계속 갈지 멈출지는 내가 선택할 일이다.


난 아직 응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 마저도 오만인가보다. 그래도 아직은 열정이 남았든지, 미련이 남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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