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詩人)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學費封套)를 받어 
대학(大學)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敎授)의 강의(講義)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時代)처럼 올 아츰을 기다리는 최후(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慰安)으로 잡는 최초(最初)의 악수(握手).


블로그에 차분히 글 하나 쓰는 것도 괜히 힘들다.

페북에 실실 갈겨쓰면 가끔 내용이 꽤나 길어질 때도 있는데,

블로그는 왠지 좀 더 정돈된 글을 써야 할 것 같아 이리 저리 고민하다 그냥 말곤 한다.


하물며 논문은 어떠하겠는가?

시를 쓰는 사람이 시가 쉽게 씌여지면 그보다 행복한 일이 있을까?

상아탑 속에 스스로를 고립시켜 사는 "그저 학자"인 사람들을 보면

참 뭐하러 저렇게 사나 싶으면서도

그들이 키워온 자기가 해야할 일에 충분한 능력을 갖춘 모습이 부럽다.


캐나다는 남의 나라.

천문학자를 슬픈 천명이라 생각하면서도

논문을 한 줄도 못 쓰는구나.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일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도 쉽게 살지 못하면서

논문도 이렇게 어렵게 씌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아직 최초의 악수를 할 수가 없구나.


빨리 논문이나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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