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유경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결론적으로 우리가 이나이에 진로고민을 하고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깨달은건 아니고 공유했다고 해야하나.
게다가 우리가 남들이 보긴에는 꽤 괜찮은 경로에 있음에도
이제와서 (사실 이제와서는 아니고 좀 오래되긴 했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걸 남들이 별로 용납하지 않는 것 같다는 사실도 공유했다.

나름 친구들 사이에서는 항상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 존재로 인식되어와서
이런 고민을 하는것을 어쩌면 허락받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가 천문학에 재미를 잃어버린 (잃어버린건지 잊어버린건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연구 주제가 별로여서인지,  내 주제가 별로인지도 알 수 없다.
포닥을 나오면서 좀 괜찮아 지는 줄 알았고 의욕도 생기는 줄 알았다.
그러다 이런 저런 일을 겪다보니 생각도 많아지고 연구는 잘안되는데
잘안되서 재미없는지 재미없어서 잘안되는지도 모르겠다.
닭과 달걀의 문제는 언제나 존재한다. 

문제는 이제와서 이걸 박차고 나갈 용기도 없다는거다.
그래서 여전히 잘 안읽히는 논문을 붙잡고,
잘 안풀리는 수식을 유도하며,
말도안되는 코드를 짜고,
엉터리 영어로 설명하고있다.
이런 상황이 괴롭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어쩌면 나는 여기서 멀어져 있을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나에게 그럴 여유가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게 슬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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