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한글 책에 목말라 했던 모습이 무색하게 지난 해 한국가서 사온 책들과 낙타형에게 빌린 책들 중 완독 한 책이 몇 권 되지 않는다. 딱히 연구에 바빠서 시간이 없었던 게 아니라 틈이 날 때 눈으로 글을 쫓고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며 생각하는 일 보다 하릴없이 흘러나오는 드라마와 예능을 보는데 대부분을 소모한 탓이다. 책을 읽은 것이 아직은 나에게 완전한 휴식이 되지 못하기에 가만히 책을 읽는 행위는 일과 휴식의 중간 어딘가에 자리한다. 그래도 항상 부족한 교양과 글쓰기 실력 때문에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존재하니 뭔가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그래서 책을 한권 차에 두고 아침에 주차한 뒤 십분 정도 차에 앉아서 읽기로 했다. 보다가 중간에 덮어둔 책이 많지만 대부분 정치, 사회 교양서적이라 이들을 다시 펴는 것은 일에 조금 더 가깝다. 짧은 시간 가볍게 읽어 넘기기엔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는 수필이 더 어울린다. 첫 번째 목표로 삼은 책은 김연수 작가의 '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루에 글을 하나씩 읽다보면 대략 한달을 읽어야 다 읽어지겠지만 가만히 흘려 보내는 것 보다는 나아 보인다. 그러다보면 속도가 붙어 좀 더 진득하니 앉아서 보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달보다는 더 빠르게 완독 할 수 있겠지. 그러면 다음은 김수영 작가의 산문집을 다시 손에 들 생각이다. 침대 맡에 두고 자기전에 글을 하나씩 읽어야지 했는데 사전같이 두툼한 그의 전집은 도통 손에 안잡힌다.


한동안 책이 안읽히는 핑계로 편안한 소파의 부재를 들었다. 아직도 그 핑계는 유효해서 수시로 소파를 검색해보곤 하는데 은근 가격이 세다. 곧 다가올 이사를 이유로 소파 구입은 포기했지만 이사를 가서는 꼭 하나 사야겠다. 조만간 다시 한국에 가면 읽을 책을 대여섯권 집어 올 생각이다. 형이 넘겨주기로한 아이패드로 전자책을 구매하는 것도 이제는 가능하다. 그동안 주장했던 독서를 가로막는 다양한 핑계거리들이 하나씩 해결되고 있다. 또 다른 변명거리가 생각나기 전에 빨리 많이 읽어두자.



추신. 한국가서 사올만한 책들을 추천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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