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 없고 하여 크리스마스 연휴에 집밖으로 한발짝도 안나가고 일해야지 했는데 역시 집에서는 일이 잘 안된다. 이래저래 빈둥거리다가 그사세를 다시 보기로 결정하고 3일에 걸쳐서 봤다. 이거 참 옛날 생각 많이나네. 이 드라마가 시청률이 5%대 밖에 안나왔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2008년 겨울. 연애를 시작할 당시에 본 드라마인데다 얘가 워낙 여기에 빠져 있어서 난 오히려 별로라고 생각 했었는데, 다시 보니 잘 만든 드라마인걸 인정하게 된다. 매 회 나오는 나레이션은 많은걸 생각하게 하는 통찰이 있고, 3년의 연애가 끝나고 1년이 지나고 나니 그 당시에는 잘 이해하지 못 했던 드라마의 내용도 꽤나 와닿는 부분이 많다.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어서 좀 끄적거릴라고 했는데 글로 잘 풀어내지지가 않네.
이상하다.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
이 말은 엊그제까지만 해도 내게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였는데...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준영일 안고 있는 지금은 그 말이 참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더 얘기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지금 몸 안의 온 감각을 곤두 세워야만 한다.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건 아니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이유는 저마다 가지가지다.
누군, 그게 자격지심의 문제이고, 초라함의 문제이고,
어쩔 수 없는 운명의 문제이고, 사랑이 모자라서 문제이고,
너무나 사랑해서 문제이고, 성격과 가치관의 문제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어떤 것도 헤어지는 데 결정적이고 적합한 이유들은 될 수 없다.
모두, 지금의 나처럼 각자의 한계일 뿐…
궁상맞은 2012년의 연말은 이렇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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