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쌍의 천문학자 커플과 한쌍의 모자가 모인 서울 외곽의 군인들이 지켜주는 공간에서의 1박2일.

그 중 (가장 높은 커리어를 지닌) 전파천문학자가 사준 소(!)고기는 분명 어설픈 채식주의자를 꿈꾸는 막내 천문학도가 일찍왔었다면 아픈 배를 부여잡고도 참지못하고 흡입했을 것이다.

(무겁고 안보이는 천체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는 유난히 말이 없었고, 술을 못 마셔서 안타까웠다. (얼떨결에(?) 막대를 연구하는) 부인과 (세상에서 제일 큰 전파망원경이 있는 푸에르토리코에서 자란) 아이와 놀아주는 모습이 어색한 것을 보니 나와 같은 지방 사람임이 틀림없다.

(python의 전도사이지만 타인을 가르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미루던) 하늘같은 선배는 남녀관계에 바람직한 리액션을 하는 유일한 남자였고 나머지 세 남자를 당황케 했다.

태양 연구자의 알수없는 표정에서 평소 자상한 이미지였던 성단 연구자의 리액션이 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아이와 함께온 어머니 천문학자는 안타깝게도 맛있는 고기를 충분히 즐기지 못 한것 같다.

천문학으로 인정받기보다 요리로 인정받은 나는 돌아오는길에 남은 음식을 대부분 챙겨온 덕에 남은 주말을 풍족하게 보낼 수 있었다.

배가 아프다던 막내 천문학도는 아픈배라고는 믿기지않게 열심히 먹더니 돌아오는 길에 또 아프다고 그러더라. 일요일에도 배아프다고 죽사와서 남은 음식으로 끓인 김치찌개를 열심히 먹었다. 그리곤 또 아프다며... 아프지 않았다면 우리가 1kg의 목살을 남기는 일은 없었을 것 같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일이랍시고 케잌을 3번 받은 날이었다. 

다들 증거를 남기기를 꺼려해서인지 사진한장 안찍었지만 머리속에서 색이 바래지 않을만큼 인상적인 모임이었다.

8월의 매주 엠티 계획은 일단 첫 테이프를 잘 끊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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