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포닥 장학금(?)을 하나 신청했다. 원래 존재는 알고 있던 거였는데 여기서 받는 연봉과 무관하게 중복 지급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뒤늦게 듣고는 부랴부랴 신청했다. 학위한 뒤 5년내에 한번만 신청할 수 있다고 하니, 이번에 안되면 다음에라도 지원해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는데 그 생각이라는게 위선적이다. 이공계열 전 분야에서 120명 정도만 뽑는 장학금에 지원하는데 나는 이미 충분한 (충분하다는 의미는 다양할 수 있겠으나 일단 현 수준에서 주변과 비슷한 정도의 라는 의미로 생각하자.) 연봉을 받고 있는데 일종의 중복 수혜를 노리고 지원을 하는 것에대한 일말의 죄책감 같은 것이다. 자본주의, 신자유주의라는 현대를 지배하고있는 패러다임의 핵심은 경쟁이다. 경쟁에서 이긴자가 더 갖는 것은 현 시점에서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일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편법, 탈법이 없었다면 당당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여러 글이나 대화를 통해 배운 점은 가진것이 충분하다면, 아니 충분하지 않더라도 부족하지 않다면 경쟁을 포기하고 양보하는 것이 더 좋은 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가 가진 폐혜를 느끼고 개선을 꿈꾼다면 나부터가 경쟁을 포기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경쟁에서 이긴자가 되서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입장에서, 당장 내가 가진것이 사실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경쟁에 뛰어드는 것을 포기하지 못했다. 또한 나를 위로하기 위한 다양한 이유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일관성있는 가치관을 지키는 대신 그런 어줍잖은 합리화를 선택했다.


경쟁을 인정하는 사회에서 경쟁을 받아들이는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과 나처럼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현실'이라는 이유를 대며 슬그머니 경쟁에 참여하는 사람 중 누가 더 나쁜 사람인가? 몰라서 못 하는건 잘못이 아니지만 알고도 못 하면 잘못이 아닌가? 이래서야 늘 그래왔듯 헛똑똑이일 뿐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만약 장학금에 선정되어 추가로 생길 3천만원이 내 삶을 풍족하게 만들 상상에 도취되어 있다. 이 돈으로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그동안 지고있던 내 빚도 청산하고 그 중 일부를 떼어 기부도 하면 (어차피 세금에서 공제될 테니까) 행복하겠다 싶다. 


현 사회에서 나는 선하다. 하지만 내가 사회가 선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상 이것은 위선이다. 위선이 나를 괴롭히지만 여전히 용감하지 못하고, 행동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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