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저자
이덕일 지음
출판사
김영사 | 2000-09-05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한국 역사상 가장 치열한 논란의 대상. 조선왕조실록에 3천 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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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의 시선집중 중 '토요일에 만난 사람들' 코너에서 처음 이덕일이라는 사람을 접했다. 어눌한 말투와는 달리 매우 흥미있는 내용을 차분히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매우 끌렸고, 책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덕일씨는 역사학자이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바로는 여러가지 논란이 많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주류 사학계가 조선시대 노론 벽파에서 이어져온 식민 사관에 뿌리를 두고있고, 자신이 그것을 비판하는데 따른 반발이라는 식으로 논란을 일축한다. 주류 사학계의 주장은 그의 사료 해석의 근거가 빈약하다고 이야기 하는데, 역사에 대해 정돈된 지식이 없는 나로써는 판단 불가이다.


단지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이고 그의 책은 꽤나 흥미롭게 잘 써져있다. 이 책에서 그가 비판하는 송시열이라는 사람에 대한 평가가 '승리자'인 노론에 의해 미화되었는지 아니면 그가 주장하는대로 송시열은 그리 좋은 정치가가 아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역사의 진실을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사람에 대한 엇갈린 평가를 통해 나의 삶을 반추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니 나에게는 충분히 유익한 책이다.


이덕일씨가 송시열의 정치 방식이 지나치게 당론 중심적이고 사대부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며 주자를 지나치게 받들어 주자의 해석에 토를 다는 것에 대해 병적으로 반응하는 것에 대해 다양한 비판을 해 놓았지만, 송시열 개인의 삶을 봤을 때 청렴하고 효자이며 학자로써 끝없이 연구하는 대학자의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빠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거꾸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라는 공식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의 해석을 받아들인다면) 송시열은 분명 수신에 성공한 사람이나 치국에 있어서 현재 보수진영의 정치 행태와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보수진영의 대권주자는 수신에 조차 성공하지 못했지만.) 명분으로 북벌을 논하지만 실제 행하지 않으며, 백성을 살피는척 하지만 대동법의 확대 시행을 반대했으며, 자신의 제자로 이루어진 당파(서인)의 당론을 지나치게 비호하느라 타 당파(남인)을 인정하지 않아 제대로 된 붕당정치를 이끌지 못했다. 그는 오직 사대부(고려시대에는 개혁세력이었지만 그당시에는 이미 기득권 세력이 된)의 이익만을 대변한다. 물론 매번 사화(정권교체)시 상대당을 포용하지 못하는 보복정치를 한 것은 남인도 마찬가지였다.


그 정도의 연륜과 견식을 가진 학자가 왜 그리하지 못 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오히려 너무 학문에 몰두해서 그런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강한 근거를 만들기만하고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은 받아들이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모습은 현대에도 존재하는 몇몇 고집스런 교수들의 모습에서도 투영된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여유가 생기고 '이말도 옳고, 저말도 옳다. 허허허.'라는 황희정승스러운 마인드는 쉽게 생기는게 아닌가 보다. 그게 한 분야에 몰두해 공부를 해온 사람이면 일수록.


학자의 삶을 살고있는 (아직은 부끄럽지만) 나로써는 가장 경계해야할 모습이 아닌가 싶다.


덧. 균형잡힌 책읽기를 위해서 오항녕의 '조선의 힘'도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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