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일어나서 밥먹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밥먹고 예능보다가 운동가려고 마음먹었는데 졸려서 낮잠자고 다시 깨서 밥먹고 운동갔는데 문닫아서 운동도 못하고 돌아와서 다시 청소하고 영화를 보려고 한다.

초등학교때 일기쓰기라는 숙제가 있었는데 일기를 쓸 때는 '나는 오늘'로 시작하지 말라고 했었다. 이유인 즉슨 일기는 원래 내가 오늘일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나는 오늘로 글을 시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 일기라는 것이 '오늘의 기록'이라는 단순한 의미라면 나름 납득이 가는 얘기지만 사실 그런 형식이란 걸 굳이 강요했어야 했나 싶다. 글재주가 없고 감성이 풍부하지 못해서 '나는 오늘'로 시작하지 않으면 글을 시작조차 하기 힘들었던 어린 시절에 일기쓰기는 고역 그 자체였다. 일기가 쓰기 싫으면 시를 쓰라고 했던, 지금 생각해면 참 어이가 없는 그런 숙제.

애시당초 일기를 숙제로 쓰라고 하는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고 그것을 검사한다는건 더더욱 문제있는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런 반 강제적인 숙제속에서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찾아내고 키워온 아이들도 있었을테니 그런 교육이 가지는 '효과'에 대해서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효과에 매몰되다 보면 중요한 것을 억압하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이 경우에 그 '중요한 것'이 뭐라고 콕 찝어 얘기는 못하겠지만...

언제부턴가 '효율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에 대한 묘한 반감이 생겨나고 있다. 좀 느리고 게으르게 사는것도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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