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너무 찡찡거렸더니 인생도 찌질해 지는 것 같은데, 이달들어 여러가지 계기로 여기 생활에 좀 더 적응 할 수 있을 것 같다. 몇 안되는 여기 포닥, 대학원생들이 점심식사하는 모임이 있어서 갔다가 사람들을 좀 알게됐다. 테니스모임에 대한 소식을 듣고 어제는 테니스도 쳤다. 테니스 모임은 다들 아저씨들 뿐이라서 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운동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골프도 배워볼까 생각중이다. 그리고 여기 도심에 있는데 오래된 로컬 성당에 미사에도 가봤다. 이제 주말이 좀 덜 따분하겠지.


그동안 성당에 가면 매번 기도하는 척하고 기도한 적이 없는데 (태어나서 지금까지), 오늘은 성당에 가서 그래도 매번 성호를 긋고 기도하는 척 하는데 뭔가를 빌기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마음의 평화를 주소서'라고 기도했다. 그래 마음의 평화가 생긴다면 다른 것도 잘 이루어 지리라. 살아보자. 좀 더 긍정적으로.


오늘 미사시간중에 알아들은건 딱 하나.


You didn't choose me, but I chose you. 


찾아보니 풀버전은 꽤 길다. 


John 15:16

You did not choose me, but I chose you and appointed you that you should go and bear fruit and that your fruit should abide, so that whatever you ask the Father in my name, he may give it to you.


http://bible.cc/john/15-16.htm


덧붙여 성당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여기 로컬 성당에 다녀볼 생각이 들었다. 로컬 성당의 좋은점은 잡다한 이야기가 없이 미사만 있다는 점이다. 한인성당은 온갖 소식에 헌금을 열심히 하자는둥, 교무금을 내라는둥, 건축 헌금을 내라는둥, 매번 미사 끝날때마다 돈얘기를 너무 많이한다. 물론 작은 규모에서 시작해서 열심히 독림된 성당을 갖기 위해 돈도 모아햐 하고 필요한 비용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지만 듣기 싫은것도 사실이다. 나처럼 열심히 성당을 다닐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는 이런건 항상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중 하나다. .


여기 성당은 이미 규모가 크고 좋은 성당을 갖고 있으면 자발적으로 모이는 헌금이 충분해서 그런 이야기가 안나오고 편하다. 외국에서 한인 성당을 다니게되는 이유중 하나인 사람들사이의 만남도 중요한 요소이겠지만 여기는 가본 결과 그닥 건질게 없다. 친해질만한 또래도 없고 김태희같은 성당 누나도 없고... 그리고 끝나면 서로 친교를 쌓는 시간(?)이 있는데 거기서 난 항상 혼자라 오히려 외로움만 가중된다. 시간도 쓸데없이 뺐기고. 힘들게 성당을 꾸려나가시는 신부님께는 죄송하지만 그냥 로컬성당에 아무런 신경안쓰고 나가 비루한 영어가 발전해서 미사의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한번 다녀볼 생각이다. 


결론은 모태신앙의 무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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