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랖에 누군가 최고의 시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시가 뭐냐고 물었다.
댓글에 수많은 시가 달린다.
난 아직 최고의 시를 고를만큼 내 마음속에 시가 많지 않다.
이럴땐 남이 골라준 시를 읽으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뭔가 컴필레이션 음반을 듣는 듯 한 기분이다.
혹자는 'XX 베스트'라던가 컴필레이션 앨범은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한다.
앨범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냥 괜찮은 노래를 모아놓은 것이 아니기에.
뭐 그렇기도하고 아니기도 하겠지. 요즘같이 한곡씩 나오는 세상에선 더더구나.
그런 의미에서 시집을 하나 사서 읽어야 겠다.
처음 글쓴이가 꼽은 베스트.
황혼 - 이육사
내 골방의 커-텐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드리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 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 십이성좌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삼림 속 그윽한 수녀들에게도
시멘트 장판우 그 많은 수인들에게도
의지 가지 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사막을 걸어가는 낙타탄 행상대에게나
아프리카 녹음속 활 쏘는 토인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하오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 푸른 커-텐을 걷게 하겠지
암암히 사라지긴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보다
'quot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 (0) | 2013.02.18 |
---|---|
악동뮤지션 - 라면인건가 (2) | 2013.02.18 |
학교 2013 (0) | 2013.01.29 |
청담동 앨리스 15화 (0) | 2013.01.27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0) | 2013.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