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조는 (박시후 분) 부잣집 도련님. 아버지에 대한 반감으로 절연하고 프랑스에서 거지처럼 전전하다가 자기가 그린 그림을 누가 3만유로에 사줘서 그때부터 승승장구, 유명 브랜드의 한국 지사장이되어 금의환향. 한세경은 (문근영 분) 가난한집 딸. 좋다는 의상디자인과를 졸업해서 암만 열심히 해도 겨우 인턴자리 하나 얻기 힘든 상황. 사랑에 목메다 포기하고 돈많은 남자 잡아서 청담동에 들어가기로 결심, 캔디 코스프레해서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를 연출하며 연애얘기가 진행된다.
15화에서 모든걸 알아버린 차승조가 분노하며 한세경에게 왜,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가를 계속 추궁한다. 세상에 자기편이 없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세상은 자신에게 행운을 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는 얘기를 한다. 차승조는 이해하지 못하며 자신도 가난하게 살아봤지만 열심히 하니까 누군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그림을 사줘서 이렇게 될 수 있었다라고 주장한다.
한세경: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가난한 건 절대 니가 잘못한 것이 아니야." 나한테 그렇게 말해주는 세상은 없었으니까.
차승조: 가난이 벼슬이야? 가난하면 사람 진심갖고 이용해도 돼? 가난하고 사랑이 무슨 상관이야? 가난. 벼슬 아니야.
나도 똑같이 겪었어. 그리고 이자리까지 왔어. 가난? 핑계대지마.
한세경: 승조씨한텐 행운이 있었잖아요.
차승조: 행운?
한세경: 그림이요. 그런 행운 아무한테나 오는게 아니에요.
차승조: 그게 행운이었다고? 어떤 미친놈이 가치도 없는걸 3만유로나 주고 사? 어떻게 그걸 행운으로 매도하지? 설사 행운이라고 해도 그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열심히 살았으니까 그 대가로 세상이 준거야
한세경: 우리한텐 그런 세상은 없었어요. 열심히 노력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 세상같은거. 한번도 살아본적 없었다구요.
차승조: 그럼, 내가 운좋게 얻어걸려서 운으로 여기까지 왔다는거야?
한세경: 타고난 운을 이어간 거겠죠.
차승조: 타고나? 내가 혼자힘으로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잘 알잖아!
한세경: 승조씨는 행운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근데 난 행운같은거 쉽게 믿을 수 없는 사람이에요.
차승조: 그런 루저들이나 하는소리 그만해!
한세경: 그럼 승조씨도 아무리 열심히 해도 가난한건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한건 그냥 어리석어서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발버둥쳐도 가난한건 내가 내 인생을 잘못살았기 때문이라는 거네요?
차승조: ... 그러네.
그림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 그림을 차승조의 아버지가 몰래 사준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극 중에서 차승조와 그의 의사 친구는 (박광현 분) 그 사실을 생각조차 못한다. 극 중에서 한세경과 주변 친구, 차승조의 비서는 모두 다 뻔하게 아버지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차승조가 충격을 먹으며 15화 끝.
두산그룹 회장 아들 박서원이라고 있다. 광고계에서 유명한 사람이다.
어릴때부터 동네 양아치서부터해서 대학교들어갔다 자퇴했다 유학갔다 유학가선 전공을 5번쯤 바꾸고 그러다 그러다 디자인에 흥미를 느껴 그걸 존나 열심히 공부해서 광고계의 대부중 하나로 자리잡는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내가 노력해서 성공한건데 사람들이 왜 '역시 재벌2세니깐 성공했지'라는 눈초리로 바라보는지 모르겠다"
라는 얘기가 있었다. 자기만 모를거다. 양아치 짓을 해도 억지로라도 대학에 보내주고 유학도 보내주고 전공을 5번쯤 바꾸면서 흥미 있게 열심히 공부할 것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사람이 몇명이나 될 지.
중간에 나오는 차승조의 독백.
청담동이 뭐라고... 한세경은 그렇게까지 해서 들어오려고 했을까? 여긴 그냥 내가 사는 곳일 뿐인데.
나도 '서울대(또는 과학고)가 뭐라고... 그냥 내가 다니는 학교일 뿐인데.'라고 쉽게 말한적이 있었을 것이다. 거기에 목메고 사교육에 열을 올리는 부모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면 차승조나 박서원이나 다를 바 없는 건지도.
내가 과학고에 다닐 때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 알지 못한다. 요즘 보니 영재학교 일년에 천만원이 든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그정도는 아니었겠지만 기숙사비, 식비, 간식비등이 기본적으로 들어가니 타 학교에 비해 많이 들었겠지. 마침 형도 대학에 들어가고 아버지는 그 돈을 대기위해 힘드셨겠지. 월급 만으로 힘드셨을테고 자연스럽게 주식에 손을 대셨을 것이다. 결과는 IMF와 맞물려 처참했을테고 어머니께 말씀도 못하시고 몇 년을 홀로 메꾸시려다 결국은 더 커지고 커져서 대학교 2학년때 터져서 난리가 났다. 나는 대학가서 1년동안 등록금에 생활비를 꼬박꼬박 받아써가며 집에 빚이 늘어가는데 크게 일조 했다. 어머니는 전화해서 어떻게 하냐고 한숨만 쉬시고, 마침 동아리 회장에 출마하기로 하고 신나게 술마시고 놀던 나는 '그럼 휴학하고 과외나 할까?'라고 잠깐 생각했다가 어떻게 되겠지 하면서 그냥 버텼다. 생활비는 끊겼지만 2학년동안 그래도 등록금은 알차게 받았고, 2학기를 회장일을 하면서 고스란히 날려먹었지만 동아리에서 주는 김태영 장학금 덕분에 3학년은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3학년에 만회한 학점으로 4학년은 등록금을 반정도만 내면서 다닐 수 있었다. 중간중간에 했던 고액과외 등으로 생활비를 충당 했고, 대학원부터는 강의조교를 9학기 하면서 등록금을 한번도 안내고 다닐 수 있었다.
아직도 부모님은 별로 도와준 것도 없는데 혼자서 잘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씀하시고, 나도 농담반 진담반으로 나만한 애만 낳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내가 잘 되면 다 내가 열심히하고 잘나서 그런 줄 알지. 매번 '나도 돈걱정 없이 공부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한번 휴학하고 해외여행 다니면서 좀 쉬고 싶다.', '나도 방황 좀 해보고 딴 공부도 좀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참 불우하게 자수성가한 척 부모님을 원망하고 신세한탄하며 지냈다. '왜 쓸데없이 주식투자에 손을대서 집도 날려먹고 빚만 잔뜩 지셨을까?' 아버지를 원망했다. 진심으로 아버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된건 사실 몇년 안된다. 좋은 방법은 아니었으나 아버지는 그 상황에서 당신 나름의 돌파구를 찾기위해 애 쓰셨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가 천문학과에 진학하고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에 한번도 반대가 없으셨다. 스랖에 자주 올라오는 사람들 얘기처럼 집에서 돈좀 보내달라고 얘기하신적 없고, 빨리 취직해서 돈을 벌어서 집에 보탬이 되라고 강요하신적 없다. 집에 부담만 안주면 내가 뭘 하던 내 자유가 아니냐고 악을 쓸 필요도 없었다.
내가 잘 되면 다 내가 열심히하고 잘나서 그런 줄 알지. 인생사 새옹지마에서 나쁜일 이후에 좋은일을 기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다는게 한세경이 얘기하는 '행운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얼마나 큰 행운인지. 주변에서 (부모님을 포함한) 모두가 얼마나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준 것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겸손하자. 겸손하자. 겸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