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이 하수상하여 뭔가 다음 자리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잠깐씩 이래도 되나 싶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현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아무 말과 행동도 하지 않고 연구하고, 논문쓰고, 지원서 작성하고, 지원하고, 돌아다니면서 발표하고, 앞으로의 연구 비전에 대해 열심히 떠드는 내 모습이 내가 사는 사회와는 상당히 유리되어 있는 기분 이랄까. 엄밀히 말하면 한국이 현재 내가 사는 사회는 아니긴 하지만, 한국이라는 사회에 일종의 마음의 빚을 안고 살기에 이런 상황이 괜히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다. 사실 부끄러워야 할 사람은 저기 저 세상에 널려있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너무도 당당하고 후안무치 한데, 나는 왜 이렇게 부끄러운가. 가만히 앉아서 내 할일을 하는게 부끄럽다는게 너무 불편하다.


그래도 논문은 써야되고, 연구 제안서도 써야되고, 연구도 해야되고, 은하에서 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게 성간물질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열심히 설명하고, 너희가 관심있어 하는 연구에 왜 내 연구가 중요한지를 설득해야 한다. 그리곤 사실상 이런 일들이 왜 중요한지를 저 뻔뻔한 인간들에게 설명해서 연구비도 따내야 하고 먹고살 궁리를 해야한다. 저들이 그렇게 손쉽게 닦아먹는 돈의 손톱의 때 만큼이라도 얻어내기 위해. 어떤 논리와 근거가 그들을 움직이겠는가? 결국 내가 하는 일은 그들의 이익에 부합할리가 없으니, 그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만 돈을 쓰지 않는다고 보여주기 위함일 뿐이지.


사기꾼과 기회주의자들이 판치는, 그런 잘못된 고리의 끈을 끊으려 노력했던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아직 있다고 믿고 있다.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겠지. 힘을 실어주는 것도 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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