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졸업을 앞두고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다음 자리를 잡는 것이다. 우리과의 오래된 관습(?)은 대개 학위 논문 발표에 목을 매고 논문 발표가 끝나고 나서야 포닥자리를 찾는 것이다. 즉, 졸업이 우선이고 다음 자리 찾기는 그 다음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실제로 상당히 위험하다. 특히, 국내의 자리가 아닌 외국의 자리를 구하려고 한다면 이린 식으로는 거의 자리잡기가 어렵다고 봐야한다. 왜냐하면, 대개 다음해 9월에 시작하는 자리는 그전해 10월부터 1월사이에 지원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졸업 여부를 가늠할 수 없는 불안정한 상황과 그런 점을 고려해서 미리미리 일의 진행을 알려주지 않는 교수님들의 탓도 있겠지만, 결국 손해보는건 자신이므로 스스로 좀 더 신경써야 할 것이다. 관측 전공자들은 대개 큰 프로젝트에 속하는 경우가 많고, 그동안 이루어진 공동연구의 결과 다음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정해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론 전공자의 경우에는 그러기 힘들기 때문에 더욱 자력 갱생이 요구된다. 나의 경우에는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지속적인 압박을 가해준 신천문대의 김박사님 덕에 꾸준히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고, 지도교수님도 애초에 이런 부분을 지속적으로 지적했었기에 나름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 그래도 빈약한 정보로 인해 어찌할 바를 몰라 초반에 좀 멍때리느라 결국은 조금 늦었고, 시간이 부족해서(사실 시간만의 문제는 아닌듯 하다. 그동안 쌓인 영어실력이 모자랐기에 고칠수록 나빠지는 지원서는 슬플 쁜이고...), 좀 더 좋은 지원서를 만들어 내지 못한 것과 왠지 놓친 것 같은 초기의 지원처들에 아쉬움이 남아있다. 그런 의미에서 좀 더 우리과 학생들이 포닥 지원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어느정도 감을 잡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쓴다.


언제부터 일자리 찾기를 시작해야 되나?


예를 들면 2011년 9월에 시작하는 포닥 일자리 찾기를 나는 2010년 9월경에 시작했다. 여기서 가장 어려운점은 자신의 졸업시기를 가늠하는 것일 텐데, 역시나 지도교수와의 지속적인 면담으로 미리 파악하는 수 밖에 없다. 나의 경우는 원래 2011년 8월 졸업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예기치않게 졸업이 한학기 당겨졌다. 하지만 2011년 8월 졸업이나 2011년 2월 졸업이나 결국 알아봐야할 자리는 2011년 9월에 시작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다행히 준비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았다. 경우에 따라 정해진 오퍼도 협의하에 시작 시기는 변경이 가능하기도 하므로 주 타겟은 졸업하는 해 9월 시작 일자리들(다시말해 전해 10월부터 나오는 자리들) 이다.


나름 준비를 일찍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전해 9월에 시작했지만 이 역시 그닥 빠른 편은 아니었다. 안전하게는 그 전해 여름방학에 시작하는게 좋을 것 같다. 권장하는 시기는 다음과 같다.


1. 졸업 전해 7,8월에 research statement를 작성하고 CV를 가다듬는다.
2. 9월경에 교수님들께 추천서를 부탁한다.
3.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열심히 지원한다.
* Hubble/Einstein이나 ESA/ESO fellowship을 준비한다면 host institute에 미리 연락해야된다. ESA/ESO는 10월 중 마감, Hubble/Einstein은 11월 15일 마감.
* 준비해야할 서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언젠가 있을 다음 포스트에서 하도록 하겠다.


개인적으로는 9월부터 준비해서 research statement를 계속 고쳐가며 defense를 준비하느라 상당히 바빴다. 바라는 상황은 이듬해 8월 졸업을 염두해 두고 전해 7,8월에 준비를 시작해서 일자리를 확정하고 3월부터 빡씨게 달려서 졸업하는 것이다. 다음 일자리가 확정되었는데 졸업을 막을 교수님은 없다. 문제는 추천서를 받으려고 할 때, "내년에 졸업할 수 있겠어?"라는 식의 질문을 던지며 우리의 의지를 꺽을 교수님들이다. 역시 교수님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CV에 출판된 (또는 제출된) 논문을 적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 역시 없어도 무방하다. 대개 박사논문을 저널논문으로 만들어서 in preparation으로 두편은 써 넣을 수 있을것이다. 물론 출판된 논문이 없는 지원서는 아무래도 약하겠지만 좋은 statement로 커버할 수 있다. 결국은 자리잡는데 실패해서 졸업해서 자리를 잡아야 되는 경우에도 한번 이 과정을 통한 경험은 다음 지원서를 강하게 만드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경험상 research statement를 쓰는 작업은 내 연구의 동기를 다시 명확히 하면서 연구 의욕을 불러일으키는데도 일조한다. 또한 research plan을 쓰는 과정에서 다음 연구에 대한 구체적이고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졸업을 앞둔 사람들은 잉여짓 할 시간에 다음 사이트를 자세히 살펴보자. 이것도 잉여짓이지만 뭐 나름 도움되는 잉여짓이다.

http://www.astrobetter.com/wiki/tiki-index.php?page=Job+Hunting+Links


한줄요약: 여름방학에 research statement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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