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경 작가와 송혜교의 조합으로 기대하고 있던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시작했다. 학부 3학년 2학기 폭풍같이 몰아치던 과제에 허덕일 때, 제대하고 서울로 놀러와 있던 형의 영향으로 보게된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을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양자역학, 열역학, 천체물리, 천문관측, 항성대기라는 무시무시한 전공의 압박속에서 마지막 기말과제들을 폭풍처럼 마치고 시험을 앞두고 '잠깐 한두편만 볼까?'하고 시작했다가 앉은자리에서 정주행 하게 만들었던 드라마. 이후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드라마를 모두 정주행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던 드라마.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던 일본어 제목 '아이난떼 이라나이, 나츠'. 


'그 겨울...'을 보는 동안 뭔가 어설픈 느낌에 다시 찾아서 1편을 보니 '사랑따윈...'도 꽤나 어설픈 드라마 였구나 라는 생각이 계속 들면서 '괜히 다시 봐서 그 때의 감동을 잃어버리는구나'하며 후회하고 있을 즈음 1편이 끝나면서 OST가 흘러 나온다. 그 순간 그 시절, 학부 3학년 2학기 자취방의 기억이 와락 덥쳐온다. 1층에 오락실과 어심, 2층에 헝그리즘, 3층에 성인 PC방이 있던 그 자취방. 지금 내가 있는 아파트의 bedroom 크기의 1/3만한 작은 방에 8개 정도의 방이 하나의 화장실을 공유하게 설계되어 있던 그 방. 그 방에서 놀러온 형의 자존심을 긁는 잔소리를 하며 불편하게 지냈던 그 시절. 자잘하고 세세한 기억들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사랑따윈 필요없는 "여름"과 바람이 부는 "겨울"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노희경 작가가 겨울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왠지 두 드라마의 진도를 맞추며 평행하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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