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요즘 소위 '잘나간다'는 젊은 작가, 김애란, 김연수, 박민규의 책을 한권씩 사왔다. 김애란은 '이상문학상' 모음집을 통해서, 김연수는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박민규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이상문학상'은 한국에 있는 동안 돌아다니면서 다 읽고 오세한테 남겨주고 왔는데 막상 오니 다시 보고싶은 생각이 급 드네.


각설하고,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읽는 동안 이런 저런 감상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 읽고 나니 감상을 쓸 수가 없다. 그 안의 천문학적인 내용을 이용한 비유는 직업상 재미있었고, 80년대를 관통하는 현대사와 관련된 얘기는 요즘 관심사상 흥미로웠다. 그리고 극중 인물들의 개인사를 조합하여 풀어나가는 이야기 방식도 좋았다. 다만, 책을 다 읽는 순간 '다시 읽어야 겠다.'라고 바로 생각이 들어서 그때까진 자세한 감상을 접어둬야 겠다.


일단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고나서 기억이 희미해지기전에 다시 집어들고 곰곰히 다시 읽어야겠다.


+ 책 첫 장에 나온 '기러기'라는 시는 유경이 위키에서 'wild geese'라는 제목으로 봤던 시다. 근데 geese는 goose의 복수인데 왜 wild goose가 기러기인가? 단순한 내 인상에 기러기는 갈매기와 비슷무리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왠지 충격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를 옮겨 써 본다.


Wild Geese 기러기

Mary Oliver 


You do not have to be good. 착해지지 않아도 돼.

You do not have to walk on your knees. 무릎으로 기어다니지 않아도 돼.

For a hundred miles through the desert, repenting. 사막 건너 백 마일, 후회 따윈 없어.

You only have to let the soft animal of your body 몸속에 사는 부드러운 동물,

love what it loves. 사랑하는 것을 그냥 사랑하게 내버려두면 돼.

Tell me about despair, yours, and I will tell you mine. 절망을 말해보렴, 너의. 그럼 나의 절망을 말할 테니.

Meanwhile the world goes on. 그러면 세계는 굴러가는 거야.

Meanwhile the sun and the clear pebbles of the rain 그러면 태양과 비의 맑은 자갈들은

are moving across the landscapes, 풍경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거야.

over the prairies and the deep trees, 대초원들과 깊은 숲들,

the mountains and the revers. 산들과 강들 너머까지.

Mean while the wild geese, high in the clean blue air, 그러면 기러기들, 맑고 푸른 공기 드높이,

are heading home again. 다시 집으로 날아가는 거야.

Whoever you are, no matter how lonely,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the world offers itself to your imagination, 너는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볼 수 있어.

calls to you like the wild geese, harsh and exciting - 기러기들, 너를 소리쳐 부르잖아, 꽥꽥거리며 달뜬 목소리로 -

over and over announcing your place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세상 모든 것들

in the family of things. 그 한가운데고.


유경이 위키에서 가져온 원문과 비교해 보니 구두점이 쉼표에서 마침표로 바뀐 곳이 있다. 번역이란 얼마나 섬세한 작업인가. exciting을 '달뜬'으로 번역한 부분이 참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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