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런던에서 알고 지낸 분들의 부탁으로 대략 20여명의 어른+아이들에게 간단하게 별자리를 가르쳐 드렸다. 한분이 60mm 짜리 망원경을 갖고 오셔서 토성도 보여드렸는데 초점거리가 400mm고 아이피스가 25mm, 9mm짜리라서 토성 고리를 명확히 보여주는데는 실패했다. 그래도 한 반정도는 고리를 제대로 봤다는 것 같다. 파인더가 따로 없어서 25mm로 찾아서 9mm로 바꿔껴서 보여주는데 금세 흘러서 쉽지는 않다. 일전에 인터넷으로 구매한 중국산 싸구려 그린 레이저가 요긴하게 쓰였다.


애들은 처음에 토성보여 줄 때까진 괜찮았는데 별자리 설명을 시작하니 또 금세 집중력을 잃고 하나 둘 흩어진다. 흥미를 갖고 있는 한 꼬마녀석은 설명은 제대로 안듣고 아이패드 앱갖고 저기에 뭐가 있니, 저게 뭐니 하면서 깐죽거린다. 열심히 설명하는 사람 김새게. 한대 쥐어박고 싶었으나 나도 이제 어른인지라 잘 받아 넘기며 "응~ 그래 저기 뭐 있네. 그 옆엔 또 뭐가 있지?" 뭐 이러면서 원래 설명의 흐름을 건너 뛰어가며 열심히 설명해줬다. 어른들은 은근 흥미를 보이며 별자리 이외에 평소에 주워들은 천문학 상식들을 (대개는 잘못된 상식들) 질문한다. 요즈음 술자리 대화에서 이런 부분을 차분히 설명하며 알려주는데 좀 재미를 들여서 이건 그리 어렵지 않다. 


별자리 설명을 하는 와중에 꽤 밝은 유성이 두개 떨어졌다. 처음 나와서 별을 본 사람들에겐 꽤나 운이 좋은 장면이다. 별자리 설명을 얼추 다 마치고 나니 옅은 구름때문에 잘 안보이던 하늘이 더 잘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몇가지 성단들을 찾아 보고싶었는데 애들도 지치고 모기도 많고 해서 제대로 별보기 시작한지 한시간 만에 철수 했다. 뭐 처음치곤 이 정도면 선방이다.


그나저나 이야기를 시작한 건 이러다 보니 망원경을 하나 사고 싶다는 거 였는데 사족이 길었다. 한동안 혼자 사진찍으러 다니다보니 카메라 뽐뿌가 심했는데, 간만에 밤하늘을 열심히 보고 있자니 망원경 뽐뿌가 생겼다. 쓸데없이 아는게 많다보니 100불 정도 들여서 살 수 있는 장난감같은 망원경으로는 성에 찰 리가 없다. 미국으로 가게되면 완전 안시용 돕소니언을 살지 혹시 모를 사진 찍기에 대비한 적당한 굴절을 살지 고민이다. 오두막+렌즈로 약 3000불 정도를 생각하며 돈을 모으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1~2천불 정도면 꽤나 만족 스러운 돕소니언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프린스턴이 대도시가 아닌지라 아파트 뒷마당에서도 별을 볼만할 것 같다. 미국의 밤은 캐나다의 밤보다 무섭긴 하지만 좀 적응되면 아파트 놀이터 정도에서는 괜찮지 않을까 싶다. 우선순위를 망원경에 두면 오로라 여행은 또 한번 멀어지려나. 어쨌든 한번 알아봐야겠다.



-- Tobermory에서. 본문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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