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영어로) 쓰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첨에는 이게 글쓰기가 문제인지 영어가 문제인지 혼돈스러울 때가 있었다. 논문을 쓰기 시작한지 어느 덧 십년에 가까워 지다보니 지금은 글쓰기 (특히, 논문쓰기) 보다는 영어가 더 큰 짐으로 남았다. 남았다기 보단 영어는 나에게 항상 큰 짐이었고, 짐이고, 짐일 것이다. (요태까지 그래와꼬 아패로도 계속)


이번에 논문을 수정하면서 이브에게 내 영어에 대한 general comments를 달라고 했다. 


Regarding your writing, I think that it is generally quite clear in terms of getting across your scientific points and even conveying subtle ideas. However, the English grammar still does have some issues (and these are not always issues, only some of the time), including placement of modifiers, when to use a definite article, which verb tense to use, etc. Some of these may be more a question of “natural-sounding” style rather than grammar rules. For this purpose, it might be more helpful for you to watch English-language movies or TV (with lots of dialog) or to read English newspapers, books, and magazines, than to study grammar. Hearing and practicing is the best way to “natural-sounding” English.


이런 착한 사람. 문법이 문제라고 했다가 상처받을까봐 항상 그런건 아니라고 덧붙여 주다니. 해결책이야 뻔하고 모르던바가 아니지만 내가 쓴 레프리에 대한 응답을 고쳐주면서 일일이 이건 이래서 고쳤고 저건 저래서 고쳤고 라고 써주는 세심함과 함께보니 뻔한 답이 뻔하게 안보인다. 이브의 어머니가 시인이라는데 그래서 이브가 영어를 더 잘 쓰는 거겠지?


암튼, 좋은 스승을 갖는다는 건 언제나 행운이다. 한가지 더 느끼는건, 이정도로 좋은 스승이 될 수 없을 것 같으면 교수는 포기하고 그냥 조용히 연구자로 사는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괜히 어설프게 애들 미래를 망칠라.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다는게  (0) 2015.04.26
청첩장  (0) 2015.02.16
근황  (10) 2014.10.09
고래 편지  (0) 2014.08.26
소통의 부재  (0) 2014.08.0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