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어릴때는 시는 허세다 싶었는데, 나이가 드니 시가 길게 쓴 글보다 뭔가 알 수 없는 감동을 준다.


녹두장군의 식도락 블로그를 보다 스쳐 읽은 시가 참 맛있구만.


근데 이렇게 옮겨 쓰다보니 시는 무단 전재/배포를 해도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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