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김규항씨의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내 문체 만들기와 문장 다듬기"라는 제목의 강연을 한다는 사실을 보았다. 관련한 두 링크 보고 흥미로워서 여기에 따왔다.

 

http://gyuhang.net/577


http://blog.aladin.co.kr/mramor/841840


요즘같이 글쓰기에 어려움을 절감하는 시기에 이런 강연이라니 급 땡기지만 갈 수 없는 처지다. 관련 글을 읽고 있자니 글을 못 쓰는 가장 큰 이유는 퇴고를 하지 않는 버릇에 있다. 글을 진지하게 써본 것은 사실상 논문을 쓸 때 뿐이고, 수업시간에 과제를 통해 쓰는 글이나 인터넷 상에 싸지르는 글을 퇴고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니 결국엔 살면서 퇴고라는 걸 해본 적은 손에 꼽을 만 하다. 김규항씨는 서너번의 퇴고를 통해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리듬을 살리는 작업을 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당연히 초고의 완성도도 꽤나 높을 것이다. 다시 말해 글을 못 쓰는 나는 초고의 완성도도 낮고 퇴고도 해 버릇 하지 않으니, 당연히 글이 엉망일 수 밖에 없다. 


퇴고의 중요성은 사실 모르던 바는 아니다. 결국 습관이 안되있고 익숙치 않은 것이 문제인데, 이 부분을 내가 고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테니스를 처음 배울 때 익숙치 않은 포-핸드를 요즘 조금이라도 능숙하게 치게 된 것은 그동안 꾸준히, 일주일에 두번씩 두달가량을 빠지지 않고 노력한 덕일 테다. 퇴고는 매우 지루하고 힘든 작업이다. 짧은 글도 퇴고하는데 익숙치 않은 나같은 사람에게 논문 전체를 퇴고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최소한 테니스를 배우는 열정으로 퇴고도 해야할 일이다. 


변명을 하자면 익숙한 한글로도 그 정도의 긴 글을 쓰고 퇴고하는게 습관화 되지 않은 내가, 못하는 영어로 그 고통의 작업을 진득하게 할 것을 스스로에게 기대한 게 잘못이다. 지금부터라도 한글에서 출발해서 쓰고 고치는 작업을 습관화 하자.


문체는 그 다음에 생각할 일이다. 야구 스윙에도 폼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만들어 지기 위해서는 일단 꾸준히 스윙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문체가 생기려면 그 만큼 글을 써야 할 일이다. 잠시 천문학을 접고 글 공부를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래 저래 대학시절 소홀히 했던 교양과목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노느라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 할거 였으면 교양 공부를 더 할걸 그랬다. 전공 공부야 평생을 할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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