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랖에 누군가 최고의 시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시가 뭐냐고 물었다.

댓글에 수많은 시가 달린다.


난 아직 최고의 시를 고를만큼 내 마음속에 시가 많지 않다.

이럴땐 남이 골라준 시를 읽으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뭔가 컴필레이션 음반을 듣는 듯 한 기분이다.


혹자는 'XX 베스트'라던가 컴필레이션 앨범은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한다.

앨범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냥 괜찮은 노래를 모아놓은 것이 아니기에.

뭐 그렇기도하고 아니기도 하겠지. 요즘같이 한곡씩 나오는 세상에선 더더구나.


그런 의미에서 시집을 하나 사서 읽어야 겠다.


처음 글쓴이가 꼽은 베스트.


황혼 - 이육사


내 골방의 커-텐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드리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 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 십이성좌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삼림 속 그윽한 수녀들에게도

시멘트 장판우 그 많은 수인들에게도

의지 가지 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사막을 걸어가는 낙타탄 행상대에게나

아프리카 녹음속 활 쏘는 토인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하오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 푸른 커-텐을 걷게 하겠지

암암히 사라지긴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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