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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심한 경우지만, "대학교"라는 "지식경제"의 한 중요한 공장을 보시죠. 제가 한 때에 다녔던, 그 때만 해도 "민족고대"라고 부르고 교수들 사이에서도 급진주의자들이 약간 보였던 고려대 정교수의 평균 연봉은 인제 1억5468만원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한달에 약 1천3백만원 정도가 될 셈인데, 거기에 비해서 비정규직 시간강사가 평균적으로 한 달에 받는 1백20-30만원은 약 10배 낮은 것으로 드러납니다. 같은 자격증 (박사학위)을 가지고 같은 노동을 하는데 보수 차이가 10배라면 과연 "같은" 노동자일 수 있을까요? 거기에다가 전임교수에게 주어지는 각종의 지배층 포섭 기회 (<조선일보>에의 기고부터 정부 요직 차지하는 일까지)까지 계산하면, 적어도 대학의 경우에는 "노동자계급"의 최상위가 이미 체제 안으로 완벽하게 편입됐다는 것을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포섭이 가능한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시간강사에 대한 초과착취로 얻어지는 잉여를 전임교수들에게 줄 수 있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시간강사들의 노조 조직비율이 과연 왜 1,8%에 불과할까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시간강사는 그나마 - 그 월급이 시간강사 보수의 60-70%에 될까 말까 하는 대학 청소노동자 등 진지한 "최말단 비정규직"들과 달리 - 그래도 언젠가 "귀족화"될 확률, "귀족화"는 못되더라도 정부 연구직 공무원이라도 될 확률이 좀 있기 때문입니다. 저학력 말단 비정규직들에게는, 그런 희망마저도 전무합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가장 치열하게 투쟁하는 주체는 요즘 과연 누굴까요? 맞아요. 인제 학생들도 아니고 바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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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를 타려는 의미 - 박노자 글방


"귀족화"될 확률에 기대고 있다는 말에 뜨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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