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朋이 自遠方來면 不亦樂乎아


오랜 친구를 만나는건 항상 반갑다. 11월인가 뜬금없이 카톡이 와서는 라스 베가스 출장이 잡혔단다. 


"좀 머나?"


라길래 일단 욕부터 찍 갈기고 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대략 300불이다. 숙식은 해결해 준다니 갈만하다. 주말만 이용해서 갈까 하다가 이왕 가는거 제대로 가기로 마음먹고 비행기 표를 다시 알아보는데, 필라델피아 공항서 왕복 150불짜리 표가 나왔다. 


"아 이거 안갈 수 없겠는데?"


싼 표 핑계 대면서 바로 표를 결제해버렸다. 사실 


"좀 머나?"


이 말에 이미 웃음이 머금어졌고 이미 마음은 가고 있었다. 대학 시절부터 뻔질나게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한번가면 계획보다 하루 이틀 더 뭉개기를 예사로 하던 그런 친구.  


나의 첫 영어 발표였던 한멕 워크샵 참석차 대전에 가서도 당연히 거기서 잤고, 가깝지만은 않던 거리를 매번 차로 실어 날라줬다. 2분짜리 포스터 발표 준비한답시고 앉아 있으니 뭘 그런걸 준비하냐며 핀잔을 주고 같이 밤새 삼국지나 하자고 했다. 실상 나는 옆에서 구경만하고 게임은 지가 다 하면서 쳐들어 갈지 말지, 포로로 잡을지 말지, 내정을 할지 말지 일일이 물어보고는 "그래 해라", "아이다 하지마라"라며 무슨 유비와 제갈량인양 밤새 게임을 했다. 그래도 나는 새벽에 버티지 못하고 잠들었고, 이놈은 꿋꿋이 밤새 게임을 하고 반쯤 통일을 이뤄놨다. 발표를 엉망으로하고 돌아오니 통일을 목전에 두고 내가 오면 마지막 전쟁을 하겠다고는 기다리고 있다. 


"니때문에 개망했다."


"머 그럴수도 있지. 어차피다. 통일이나 하자."


나이가 들고 스케일이 커졌을 뿐, 대학교 1학년 트리플 기말고사 전날 올라와서는 기숙사 좁은 침대에서 둘이서 자면서 시험을 시원하게 말아먹게했던 (내가 계속 자서 말아먹은거니 그건 내 탓이라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어느새 10년이 훌쩍 넘은 그때와 다르지 않다. 학회는 들어가는둥 마는둥, 전날 밤에 겨우 준비해서 발표만 하고 (심지어 좌장을 맡아서는 뭐라고 할지를 나한테 묻는다), 시차적응 실패해서 밤에 잠도 못자고, 제대로 관광을 한 것도, 망나니처럼 논 것도 아니지만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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