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

국가의 수장이 '혼'을 찾으며 간절히 우주의 도움을 구할 때,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었다. 본인을 전근대적 국가의 여왕쯤으로 생각하는지 '군왕무치'를 몸소 실천하느라 부끄러운 줄을 모르기에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다.

학계의 유일한 연구소의 수장을 지낸 사람이 자기 표절에 대한 개념도 없이 논문을 내고 변명을 일삼으니,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다. 제자의 업적이 좋았다면 (그에 대한 의문은 차치하고라도) 적어도 자신이 입었던 거적데기를 입혀서 세상에 내보낼 생각은 말았어야 했다. 본인이 '슈퍼영재'라고 칭한 제자를 진정 보호하려 했다면 '영재대학'을 만들자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제자에게 모범이 되는 좋은 학자, 좋은 스승이 되고자 노력했어야 했다.

애초에 그가 학계의 '관행(이라고 쓰고 악습이라고 읽는다)'이라고 표현한 변명은 사소한 대화조차 출처를 명시해온 다른 학자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발언이다. 설령 그러한 악습이 존재했다 한들 고치려 노력하는 것이 학자로써 할 일이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제자에게 학계의 '악습'부터 가르친 사람이 좋은 학자, 좋은 스승일리 만무하다.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다. 내가 뽑은 대통령이 아니고 내가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없었던 원장이었지만 내가 속한 집단의 일에 내가 비릿한 웃음만을 남기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기에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다.


덧. 딱히 존경한 적은 없지만 연관되는 글을 읽어서 남겨둔다.

http://gyuhang.net/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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