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를 보면서 자존감의 의미와 중요성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자존감의 정체에 대해 고민한다.


자신이 노력하고 쌓아 올린 것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보상이 없다면 자존감이 생기기 어렵다.

그런 보상이나 칭찬은 특히나 그것이 형성되는 초기에 필요하다.

자존감이 잘 형성되면 그 이후에 나타나는 결과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초반에 자존감이 잘 형성되지 못하면 결과로 보상 받으려 하고 결과가 나쁘면 흔들리고 무너진다.


자존감을 가져라. 

이 말은 사실 공허한 외침이다.

자기가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노력을 전혀 하지않는다면 자존감을 갖출 기회조차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노력을 하는데도 자존감을 갖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는 대개 적절한 보상이 부족한 경우이다.


연구자가 되고자 대학원에 들어온 대학원 새내기들을 생각해보자.

초반에 의욕에 넘쳐 열심히 하는 학생에게는 특히나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

좋은 결과나 논문은 당연히 가장 좋은 보상이다.

그래서 초반에는 거창하거나 도전적인 연구주제보다 단기적이고 눈에 보이는 연구주제가 적합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의 본질상 결과는 항상 나쁠 수 있다.

지도교수는 그들의 자존감이 형성 될 수 있게 충분한 칭찬으로 이끌 필요가 있다.

이 시기에 자존감이 잘 형성되면 이후에 맞이할 지난한 대학원 과정을 잘 견딜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대학원생에게 중요한 것은 연구자로써의 자존감을 잘 키워줄 그런 지도교수를 만나는 것이다.


작금의 사회에 내던져진 수많은 청년들.

그들이 자존감을 잃어버리고 흔들리고 방황하는 것은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처음 뭔가를 시작하는 이들일수록 보상이 필요하지만 갈수록 진입장벽이 높아지기만 한다.

진입장벽을 낮추고 이들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것이 이미 자존감이 충분히 갖춘 기득권의 역할이다.

결국 자존감을 갖춘 건강한 사회 구성원은 공정한 사회가 만든다.

 

나는 운이 좋게도 지금껏 그런 인연을 참으로 많이 만났다.

그다지 공정하지 않은 사회지만 나름 내 노력에 대한 보상은 잘 받으며 자라왔다.

그래서 난 자존감을 꽤나 갖추고 있다.

서른줄이 넘은 지금의 나는 어느새 기득권이다.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이제 나는 누군가에게 좋은 스승이 되야한다.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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