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은 이제 봄이다. 봄을 맞아 상큼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려던 계획은 애물단지 차때문에 망했다.

며칠전에 엔진체크 불이 들어와서 조마조마하며 서비스센터에 갔더니 가스탱크에서 가스가 샌단다. 이런 뭣 같은 경우가! 운전하면 불날수도 있으니 위험해서 운전하지 말라고 잔뜩 겁준다. 일단 새차며 중고차며 가격을 알아보다가 급 우울해져서 그냥 차 몰고 집에 와버렸다. 중고차 할부를 알아보니 이율이 16%다. 허허.

차는 이제 거의 폐차를 시켜야 할 수준이고 고철값으로 300불 겨우 받을 상황이다. 전에 사고난 차를 250불에 넘겼던 기억이 난다. 포닥 생활 삼년차에 겨우 빚을 청산하고 통장의 잔고가 순수하게 내 돈이 되는 순간을 맞아 내심 기뻐하고 있었는데 인생 참 어렵다. 아둥바둥 살아서 겨우 삼십대 초반에 0에서 새출발 하나 싶었는데 그것도 녹록치 않다. 대학 입학 후 근 15년이 지나서 여전히 비루한 포닥으로 근근히 입에 풀칠하는 인생이라니. 삶의 질 따위를 주장할 게 아니라 허리띠 졸라매고 좀 더 비참하게 살더라도 돈을 모았어야 하나 싶고 앞으로 결혼하고 집구하고 애키우고 어떻게 사나 싶다. 그나마 지금은 0으로 겨우 맞추고 앞으로도 0은 유지할 수 있겠다 싶지만 본격적으로 가정을 이루고 살라치면 온갖 부채를 떠앉고 그안에서 허덕이며 살겠지.

사실 차가 말썽이고 갖다 버려야 하는 건 뭐 좀 짜증나는 일이지만 크게 우울하진 않다. 마침 자전거도 샀고 열심히 자전거 통학하면서 집을 가까운데로 옮겨서 차없는 삶을 살아보는 것도 생각 중이다. 그냥 적당히 살아선 빚 안지고 살 수 없는 이 사회가 우울한거다. 심지어 나름 고등 교육을 받고 사회에 나왔는데 (물론 돈 되는 공부를 안한 건 안다.) 허리띠 졸라매고 독하게 살지 않고는 돈때문에 계속 시달릴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게 우울하다. 그리고 이런일 때문에 돈 많이 버는 직업을 선택 안한 걸 조금이나마 후회하게 되는게 슬프다. 뭐 돈 많이 번다고 그런데 자유롭기 쉽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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