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아기자기함도 대학 시절의 우울함과 자격 지심, 현실과의 대면도 흥미롭고 재밌다. 주인공 뿐만 아니라 주변인물이 하나같이 살아있고 그 개별 이야기가 모두 의미있다.
소똥과의 연애와 이별이 참 부럽고 가슴 저민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해되는 그런 연애와 이별. 나도 저런 애인이 있었다는 생각에 더 찔끔. 모든걸 이해해주고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고 어디서 무얼 하든 무얼 보든 나를 먼저 떠올리는 그런 사람. 그래도 결국 헤어지는 그런 사람. 이 웹툰 보고나니 이제 진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넬 5집을 듣고있는데 특히 1번부터 5번까지가 참 좋다. 근데 듣다보니 가사가 이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노래를 앨범으로 듣지않고 파일로, 곡으로 듣게되면서 앨범 전체를 통해 하나의 이야기를 하는 앨범도 줄고 그것을 의식하고 듣지도 않게된 것 같다. 넬을 잘 알지는 못하겠지만 앨범 전체를 직접 프로듀싱하는 밴드니만큼 아마도 앨범 전체를 통해서 이야기 하고 싶은게 있은가 보다. 그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노력해야겠다. 매번 랜덤재생만 하던 나를 보고 민상이 앨범을 처음부터 들어라고 뭐라했던 생각이 났다.
과거 테이프로 노래를 들을때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앨범전체를 순차적으로 들었지만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아니면 나이서른에 사춘기를 맞아 이제야 감수성이 눈을 뜨는건지는 모르겠다. 가사를 좀 더 곱씹어 보고싶다.
내용을 한줄로 요약하면 여주인공인 줄리가 남주인공인 브라이스를 첫눈에 보고 반해서 쫓아다니는데 브라이스는 별로 안좋아하다가 줄리에게 상처를 주고나서는 자신이 줄리를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사과해서 마지막에 화해하는 뻔하지만 귀엽고 재밌는 영화다. 그렇지만 이런 요약은 이 영화의 아무것도 얘기해 주지 못한다.
흥미로운건 두 아이의 차이고 그걸 만든 두 가정의 차이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줄리가 참 착하고 좋은 아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감정에 솔직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다. 줄리는 처음에는 브라이스의 부분(눈)을 보고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전체는 부분보다 못하단걸 알게된다. 브라이스는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문제를 마주하기보다는 회피한다. 그렇게된 이유는 그 가정에 있는데 그걸 보여주는 단편적인 장면이 있다. 두 아이 앞에서 부모들이 싸우는 장면이 각각 한번씩 나온다. 싸운뒤 줄리네 부모님은 각자 줄리방에 들어와서 줄리에게 많은 얘기를 해준다. 싸우게된 이유, 싸워서 미안하다는 얘기, 그래도 널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얘기까지. 줄리는 부모님 각자의 입장에 대해 이해하고 부모님에 대해 감사를 느낀다. 반면 브라이스네 부모님은 (+ 외할아버지) 브라이스앞에서 싸우지만 그 일로 브라이스의 이해를 구하지 않는다.
브라이스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보수적이고 고압적인 아버지의 모습이다. 그가 그렇게 된데는 현실의 문제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도 젊은 시절에 밴드에서 섹소폰을 부는 꿈많은 청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정을 꾸리고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 일에 몰두 했을 것이고 꿈을 갖고 사는 사람들 (특히나 예술가들)에 대해서는 더더욱 거부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가 줄리네 가족과 식사를 하는중에 그의 대학시절 얘기에 대학을 포기하고 음악을 하려는 줄리네 오빠들이 같이 연주하자는 제안에 "It's not me anymore"라고 하는 장면은 그래서 가장 씁쓸한 장면이다. 그런 그를 너무나 이해한다. 우리 부모님이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아버지는 셋째였기에 첫째인 큰아버지께서는 대학을 갈 수 있었지만 아버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철도학교에 들어가서 바로 취직의 길을 선택해야했다. 어머니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바로 일을 하셨다고 하셨다. 꿈을 접어야 했고 현실적이 되셔야했던 그런 과거를 갖고 계시지만 꿈꾸는 삶자체를 부정하려 하지 않으신 것만으로 부모님께 충분히 감사할 일이다.
나는 좀 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췄으니 그렇게 될 의무가 있다. 좋은 부모가 되는 시작은 대화다. 그런 대화로 일방적인 생각을 심어주는 것을 경계하고 균형잡힌 시각을 알려주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 전에 할일이 많긴 하지만...
손석희: Born in the USA. 아마도 반전을 노래한 노래, 곡들가운데 이렇게 많은 화제를 뿌린곡도 별로 없지 않나 싶은데. Bruce Springsteen이 1984년에 발표했습니다. 블루칼라 노동자로 태어나서 전쟁에 나가게 되고 베트콩과 싸우고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참전군인으로써의 삶은 너무나 고단한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이런내용인데요. 글쎄요. 베트남전은 어떻게 보면 미국사회 노동계급을 둘러쌌던 정치, 경제적 포위망이었다. 이런 해석이 당시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손석희: 이 노래하고 관련해서 코믹한일은 84년에 재선운동에 들어갔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서 벌어졌는데요. 선거 캠페인 기간에 레이건은 이 노래를 애국주의를 상징하는 노래로 오해해서 연설에도 인용을 했습니다. 아마 노래는 들어보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제목만 보고 그렇게 연설한 모양인데, 아무튼 나중에 이 연설을 들은 Bruce Springsteen이 나중에 이런말을 남겼습니다. 했습니다. "불한당에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Born in the USA - Bruce Springsteen
Born down in a dead man's town
The first kick I took was when I hit the ground
You end up like a dog that's been beat too much
Till you spend half your life just covering up
Born in the U.S.A.
I was born in the U.S.A.
I was born in the U.S.A.
Born in the U.S.A.
Got in a little hometown jam
So they put a rifle in my hand
Sent me off to a foreign land
To go and kill the yellow man
Born in the U.S.A.
I was born in the U.S.A.
I was born in the U.S.A.
I was born in the U.S.A.
Born in the U.S.A.
Come back home to the refinery
Hiring man says "Son if it was up to me"
Went down to see my V.A. man
He said "Son, don't you understand"
I had a brother at Khe Sahn fighting off the Viet Cong
손석희: ... 젊은이들이 수없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전쟁은 답이 아닙니다. 대체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요? Marvin Gaye가1968년에 이노래를 발표할 당시에는, 물론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었고 동시에 젊은이들의 반전운동도 정점을 향해 달려가던 그런 때였습니다.
손석희: 첫가사가 "우리는 마리화나 같은건 안펴" 이렇게 시작하고 있네요. 반전가요만 있었던게 아닙니다. 69년에 발표된 이노래. Merle Haggard가 발표해서 히트한 곡이죠. Okie from Muskogee. Okie는 Oklahoma 사람들을 부르는 속칭이구요, Muskogee는 Oklahoma의 작은 도시 이름인데 중남부 소도시 사람들의 보수성, 애국심으로 뭉쳐진 그런 자부심을 표현한 노래기도 합니다. 반전운동이 주로 히피들에 의해서 벌어져서있지 이노래가 아까 말씀드린대로 첫가사가 "우리는 마리화나 같은건 안해" 이렇게 비아냥으로 시작을 합니다. 이런 노래가 나왔다는건 그만큼 반전가요가 많았다는 반증이기도 할텐데 잠시후에는 본격적인 반전가요 한곡을 더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팟캐스트를 듣기시작하면서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통해 세상을 보고(듣고)있다. 요즘 워낙 이리저리 치우친 언론이 많은 세상이라 그나마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중립적인 토론을 진행하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그나마 믿음이 간다. 모든 정보의 통로가 하나가 되는건 주의해야 겠지만...
어쨌든 출퇴근 시간이 짧은 관계로 하루에 한편을 소화하기 힘들다. 연구실에서 일하면서 듣자니 들으면 연구가 안되고 연구를 하자니 내용이 안들려서 용이하지가 않다. 따로 시간내서 듣기는 애매한 탓에 엄청 밀려 있어서 지금 1월 내용을 듣고 있는데 그나마 운동을 시작하면서 하루에 한두편씩 듣고있다.
단지 정보를 받아들이는데만 만족 할 것이 아니라 이를 소화해서 내 생각과 적당히 버무려서 하나의 글로 만들어 내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이러한 작업은 쉽지가 않다. 시간도 많이 필요한 일이라 그냥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다가 가벼운 주제나마 조금씩 남겨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