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정리된 결과 리포트까지 들고 "쓰기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말한 지 4개월만에 드래프트를 보냈다. 

여전히 초록과 서론은 없는 채...


논문을 쓰고 있자니 난 연구가 적성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곤 한다.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공부는 곧잘했고,

시험은 공부한 양에 비해서는 잘 치는 편이었는데,

이걸두고 다른 사람들은 (특히 이모 교수와 그녀의 학생) "bottom line"을 잘 파악한다는 식으로 

나를 한 껏 추켜 세워줬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그냥 눈치가 빠른 것 뿐인게 아닌가 싶다.

남들만큼 진득하게 앉아서 공부하지도 못하고,

내용을 꼭꼭 씹에서 100프로를 이해하고 있지도 않은 채,

그냥 눈치 껏 이 맥락엔 이런 얘기라는 식으로 공부를 해온 셈이고,

그 결과는 이모양 이꼴?


천재가 아닌 개미 천문학자를 자처하면서 

베짱이처럼 살고 있으니 도무지 발전이 없다.


외국에서는 말도 잘 안통하니 그저 과묵한데

논문도 못 써내고 있으니

나의 천문학자로써의 실력은 어디쯤인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뭐 이러는 것도 몇 년을 하다보니 패턴이 있어서

논문을 손에서 놓고 논문 쓰기 직전 단계까지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다시 자신감이 붙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문제는 이제는 논문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것 같다는 것...

보낸 드래프트의 후속 논문도 빨리 쓰기 시작해야하고

그러는 중에 지금 하는 연구가 마무리 되면 이것도 써야 할테니.


웅쌤과 이브에게 논문을 보내면서 자조섞인 어조로 (내가 생각하기에)

I'm really sorry that I'm so tardy in writing a paper.

라고 써서 보냈는데, 그냥 빈말이라도 격려를 해줬으면 좋겠다. 두 교수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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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에 학회가 있어서 참석하게 되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발표는 커녕 포스터도 없이 참석만 하게 되었다. 차로 한시간반 거리이고 투어는 최근에 세번이나 가게된 나이아가라였기 때문에 교수님과 월요일갔다 화요일오고 목요일갔다 금요일 돌아오는 일정으로 가기로 했다. 교수님이 자기가 운전한대서 난 조수석에 편안히 앉아서 왔다갔다하고 목요일 오전에 가는건 힘들 것 같아서 오늘 (수요일) 밤에 와서 호텔에 묵기로 했다. 왔다갔다 차에서 단둘이 오래 있으니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하게 됐고 오늘 와서는 맥주한잔 사주셔서 이래저래 많은 얘기를 했다.


얘기하면 할 수록 바수 교수님이 참 좋은 것 같다. 일단 사람이 너무 좋다. 더 나아가 연구하는 방식이 맘에든다. 이건 일종의 학풍인데, 웅쌤이나 이브와도 비슷한 학풍을 갖고 있어서 참 좋다. 수치계산을 하는 일부 잘나가는 사람 중에는 실제로 되게 대충 하는 것 처럼 보이는 사람이 많다. 우리네 학풍은 그렇지 않다는게 나에겐 안심이다. 수치계산 돌리고 결과나오면 논문하나 쓰고 뭐 그런식이 아니라서 논문을 쏟아내진 못해도 하나하나에 확실한 이해를 한다면 그것이 진짜 학자가 아니겠는가.


이제 여기 생활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외롭고 친구들이 필요하긴 하다. 좀 더 좋은 (이름있는) 자리에 포닥지원을 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교수님이 2년의 CITA National Fellow이후에 3년째도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여기 생활을 일년 더 한다는건 어떤면에서 끔찍하기도 한데 어떤면에서는 좋은 일이기도 하다. 벌써 1년이 다 지나가고 다음자리를 고민할 시기가 점점 다가오는데 어쨌든 나는 조금은 성장한 것 같고, 좋은 교수가 뒤를 받쳐준다는 생각이드니 인생이 그리 고달프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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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time.com/time/health/article/0,8599,2116436,00.html?hpt=hp_t3


허블우주망원경이 (HST) 그동안 천문학 발전에 기여한 걸 생각하면 HST급 망원경 두개가 지구를 보고 있었던게 인류의 평화와 발전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다. 아, 미국의 평화와 발전이라고 해야하나? 더 재밌는건 NRO에서 HST급 두대를 NASA에 주는 이유가 지구를 보는걸 그만두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크고 좋은놈으로 옮겨가기 위해서라니, 참 대단들 하시다.


예전에 홍선생님 수업시간에 황재찬 교수님이 강의를 하시면서 과학자들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얘기를 하셨는데 J양이 천문학자들의 연구는 별로 해끼치는게 없으니 사회적 책임에 자유로울 수 있는게 아닌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했을 때, 이 망원경에 대한 얘기를 하셨다. HST가 이 망원경의 시험용 (?) 뭐 그런거 였다고. 그 때는 반쯤 음모론 비슷하게 생각했었는데 그 실체가 있다는걸 들으니 놀랍다. 게다가 두대라니! 이걸 줬다는건 이미 JWST급의 (또는 그 이상의) 망원경이 있어서 필요없기 때문이라니!


GRB에 대한 연구도 핵실험을 감시하기 위해 지상을 향하던 감마선 망원경이 계속 뒤에서 (우주에서) 날라오는 감마선의 원인을 알기 위해 시작됐다는 얘기나, 전파천문학의 비약적인 발전은 사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남아도는 레이다를 전파망원경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부터라는 얘기를 보면, 사실 천문학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호기심을 해결하기위해 꼭 있어야 하고 있어왔던 학문이라는 얘기는 왠지 다 개소리같다. 몇 명의 순수한 천문학자들의 연구로 겉치장을 하고 뒤에서 진짜 목적을 (군사적 목적) 이루기 위해 연구가 이루어 진다는게 음모론이 아니라 사실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하긴 일본에 원자탄을 터트려 놓고 사진을 찍어서 충격파의 (shock) 전파가 Sedov-Taylor solution을 따른다는걸 확인 했다는 얘기를 들어보면 감정없는 과학이라는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 수 있다. 그 결과를 갖고 일부 과학자들은 얼마나 환호 했을까. Blast wave가 ST solution을 정확히 따르는구나! 이러면서.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천문학을 때려칠 고민을 살짝 하면서 지겨운 논문을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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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가 난관에 봉착했는데 해결가능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연구 주제의 문제는 아니고 코드를 개발하는 과정의 문제인데, 이게 잘 안되서 이 연구를 계속 하려면 완전히 새로운 다른 코드를 구하던가 새로운 방법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코드에 적용하는데 둘다 쉽지 않다. 결국 이걸 안쓰는 새로운 연구주제를 찾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 완전 망했다.


꿈을 꿨는데 꿈인지 알아채지 못했다. 아침에 잠깐동안은 기분이 좋았는데 왜 좋았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그게 꿈 때문이었다는 걸 깨달았고, 꿈이었구나 싶어서 허무했다. 아직도 이러고 있나 싶기도 하고, 여기 혼자 이러고 있어서는 벗어날 수 없겠구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더 궁상맞은 하루다. 아 망했다.


IAU에 같은 초록을 두군데 냈는데 하나는 연락이 없고 하나는 invited talk으로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SOC에 이브가 있었어 그렇게 된 것 같은데 어쨌든 살짝 당황스럽다. 갑자기 발표가 부담스럽고 빨리 관련 논문을 마무리 해야겠다는 압박이 밀려온다. 이번에야말로 발표준비를 열심히 해서 말아먹지 않도록 해야겠다. 끝나고 프로시딩도 내야할 걸 생각하니 부담이 배가된다. 근데 이게 두 군데에서 다 발표하라고 하면 하나를 철회해야하나? 어쨌든 좋은 일인데도 '망했다'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지 모르겠다.


결론은 논문써야하는데 이러고 있으니 오늘도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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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지만 우리분야에서 가장 productive한 사람중에 한사람.

확실히 발표를 잘한다. 아는 내용에 관심분야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한 시간을 별 어려움 없이 지루하지않게 들었네.

근데 실제로 비전문가들도 이 발표를 들으면 술술 이해되고 그런 수준의 발표일지는 모르겠다.

저렇게 발표할 자신이 없는데 천문학 때려쳐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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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제목을 여러번 바꿨다.

여전히 제목짓기에 능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논문 제목도 그러했다.

제목이란건 그것이 담고있는 것의 함축적으로 드러내면서 '멋'이 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주로 내 논문 제목들은 너무 서술이 장황해서 '함축적'이지 못한 느낌이고 '멋'이 없었다.

블로그 제목들은 '멋'을 부리다 담고있는 것을 드러내지 못했고 '멋'은 허세에 가까웠다.


'천문학자로 살아남기'라는 처음 제목이 좋았는데 너무 오철이형 블로그 표절이고

'Astronomical Life'라는 제목은 너무 허세같다.

영어로 쓰면 '멋'있다는 잠재의식이 좀 부끄럽기도 했고

좀 천문학자로써의 삶에 대한 회의가 있기도 해서 그냥 제목 없음을 달고 싶었으나

너무 없어 보여서 여전히 괜한 영어로 'No Title'이란 이름을 달고 있었다.

또 보다보니 영어로 쓰면 '멋'있다는 잠재의식이 한층 부끄러워져서

제목을 바꾸고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역시나 남의 말을 빌려서 현재의 나를 가장 잘 설명하고 내가 지향하는 방향성을 잘 말해주는

'개미 천문학자'로 바꿔봤다.


여전히 완전히 맘에 들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겠지만 한글 제목을 고수하려고 생각 중이다.

이제 진짜 일해야지. 개미 천문학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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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는 좋은 교수이자 학자이다. 오늘의 경험으로 보아 좋은 부모이자 부인인 것 같기도 하다.

이브와 이브가족과 '우미가든'이라는 한국식당에서 고기를 구워먹었다. 대학원생때 세번의 2개월 방문동안 이브와 같이 식사를 한 것은 학교 식당에서 샌드위치 각자 사서 먹은것 두번이 전부였는데 저녁 대접을 받다니 뭔가 황송하다. 게다가 왔다갔다하며 사적인 대화도 많이 했다. 먼저 내 가족얘기를 물어보길래 대답하고나서 궁금했던 아버지 얘기를 해봤다. 아버지와 같은 분야의 공부를 하는게 어떠냐. 도움이 되냐고 했더니 같은분야가 아니란다. 그래도 천문학 아니냐 라고 했더니 가끔씩 얘기는 한단다. 어떤 느낌일지 궁금한데 영어가 짧아서 잘 물어보진 못했다. 

이브의 딸은 이제 대학에 진학하는 것 같다. 3군데에서 어드미션을 받은 것 같다. 하버드는 떨어졌다고 하고 받은데가 어딘지는 딱히 듣진 못했다. 근데 분위기가 다 아이비리그다. 가고싶은데는 MIT인데 아직 소식이 없단다. 남편은 공대출신인것 같고 분위기를 보니 버클리에서 만난 것 같다. 교통계획과 같은데서 일하는 것 같다. 가족간의 대화가 자못 흥미롭다. 딸이 Quantum Mechanics수업을 들은 얘기를 하며 QED얘기를 하자 이브가 중간중간 설명해주고 남편은 중간중간 말장난을 건다. 정작 딸은 생물에 더 관심이 있다고 한다. 이 딸도 훌륭한 학자가 될 것 같다. 중간에 이브가 설명하다가 QED를 누가 처음 시작했더라 하면서 나보고 디락이냐고 물었는데 기억도 안나지만 모르겠다는 소리는 못하고 'I think so'라고 했다. 그리고는 나 양자역학 싫어했다는 얘기를 괜히 덧붙였다. 또 그러다가 물리도 못했고 수학도 못했다는 얘기를 덧붙였더니 이브가 납득하는 표정이다. 부끄럽게. 

돌아오는길에 어쩌다 여기있던 내 친구 (고등학교 선배를 표현할 줄 몰라서 그냥 friend라고 했을뿐 맞먹으려는건 아닙니다. 성우형) 얘기를 물어서 월가에 있다는 얘기를 했더니 그럼 그는 이제 부자겠네? 라고 물어보더라. 역시 I think so라고 했다. 그리고는 차마 내가 월가에 갈 생각을 했었다는 얘기는 못하고 성우형이 니도 월가로 오라고 했다고 얘기했더니 그럴수도 있겠다며 그런거 도와준다는 친구가 있으니 좋겠다고 했다. 그러다가 성우형도 좀 힘들어서 아카데미아로 돌아오려고 한다고 했더니, 아카데미아가 덜 힘들다고 생각하는거냐며 아카데미아에 있는사람도 디게 힘들다는 애기를했다. 그러다가 자기가 실수해서 고객을 돈을 날리면 욕을 먹으니 스트레스를 받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는 우리는 실수해도 아무도 신경안쓰니까 그런 스트레스는 없다며 하하하 웃었다. 어쨌든 난 좀 더 열심히 하긴 해야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그형이나 나나 외로운 싱글이라 힘들다고 하며 하하하 웃었더니 남은 1마일동안 갑자기 어색한 정적과 함께 도착했다.

학생이 아니라 그런지 좀 대접이 좋아 진 것 같고 이래저래 신경도 많이 써준다. 대화와 여러가지를 통해서 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Eve는 좋은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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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천문학자로써 나의 화두는 "과연 내가 그리는 큰 그림은 무엇인가?"이다.

어렸을때 천문학에 관련된 기본 지식들을 배우며 천문학에 대한 막연한 흥미가 있었고 이게 재미가 있으니까 천문학자가 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이론을 전공하고자 한 것은 귀납적 추론이 아닌 연역적 추론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으리라. 즉, bottom-up보다는 top-down식의 접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러 은하의 후퇴속도를 측정해 우주 팽창을 알아내기 보다는 기본 원리를 쫓아 일반상대론을 만들고 이로부터 우주팽창도 설명하고, 빛의 휘어짐도 설명하고 뭐 그런식으로... 이론쪽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학자들의 욕구가 이러할 것이다. 허나 자신의 한계를 직시하면서 그런건 이미 꿈같은 얘기가 되었다. 하다 못해 수치계산을 하면서 관측을 맞추기 위한 계산보다 내 계산이 말해주는 바를 관측으로 증명하는 수준만 되어도  꿈을 이루는 걸텐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막연한 이론에 대한 동경과 맞물려 대학원 지도교수님을 선택하게 된 것은 교수님 연구가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줬기 때문이다. 처음 공채세미나를 통해 교수님의 수치계산을 통해 관측된 나선팔의 돌기구조를 설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 찾아갔을때는 내가 제시한 큰 그림은 "은하의 나선구조가 어떻게 생기는지 연구하고 싶다" 였다. 이 막연한 연구 주제를 '나이든 별로 이루어진 은하 나선팔을 지나는 기체의 반응에 대한 연구'로 구체화 시켜 개인연구를 진행했고, 과거의 연구를 공부해 '은하 나선 충격파'라는 1969년에 이미 이루어진 연구를 다시금 풀어내는 것으로 학부 논문을 마무리 했다. 대학원에 와서는 이 경험을 살려 교수님이 연구에 사용하시던 코드를 이용해 그 연구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갔고 이로부터 박사학위 연구까지 진행했다. 

그렇다. 점점 내가 바라던 큰 그림과는 무관하게 (연구가 무관한 건 아니지만 나의 의지와는 무관했다.) 연구는 진행되었고 기존 연구에 디테일을 더하며 학위를 받았다. 하다못해 새로운 가지를 만들지도 못하고 그렇게 파고들면서...

지금은 내 연구가 지향하는 큰 그림이 결국 '(나선)은하에서의 별 형성에 대한 이해'라고 이름 지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 연구의 시작은 나선은하의 그것 이었지만 나중에 결국 그냥 '은하'가 되었다. 지금 포닥이 되서 하는 연구는 '개별 별 형성에 미치는 자기장의 영향에 대한 연구'가 될거다. 다 합치면 결국 내 큰 그림은 '별 형성'에 대해 이해 하는 것이 될 것이다. 내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나는 지금 이 연구를 하고있다. 지금 연구를 세분화 시키고 확장시킨 주제(논문거리)가 여럿 떠오르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 이다. 다만 이게 내가 이걸 진짜 알고 싶어서 연구를 하고 있는게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하는 거라는게 딜레마다. 관련된 기술이 있어서 하는 일이란게 좀 슬프다. 

내 주변 친구들은 내가 좋아서 이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습득한 기술을 쓸 수 있는 곳이어서 이 일을 하고있다는 불편한 진실. 사실 나는 이제 별과 은하따위가 어떻게 생기는지는 궁금하지 않다. 내가 어떻게 가정을 꾸려서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가 고민이다. 때때로 친구를 만나서 술도마시고 야구도하고 별사진도 찍으러 다니고 여행도 하면서 그렇게 사는거. 재미만 좀 더 붙이면 천문학자는 그런거 하기 나쁘지않은 직업인데. 그런 안정된 자리까지 가기가 힘들다. 좀 더 그럴듯한 큰 그림을 찾으면 다시 재미를 붙일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결국 목표는 정규직인 셈인가. 나름 의욕적으로 내 연구의 큰 그림을 찾기위해 시작한 글이 철밥통 차고 대충 연구하는 천문학자가 되자는 이따구 결론이 났는지 모르겠다.

글이 어쩌다 보니 '기-승-전-병'의 구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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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가 가기전 한달을,
원래는 여행으로 보내려다가,
사람들과 술먹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뭐 나쁘지 않다.

내가 속해있는 인간관계는

고등학교 
동아리
천문학과

세가지로 분류된다.

최근은 주로 천문학과 모임이었고,
오늘은 세 교수님 팀 회식에 꼽사리 끼는 자리였다.
마지막은 팀 회식에 끼었다기 보다,
걍 천문학과 술자리였는데,
이런 저런 소리도 많이 듣고,
이런 저런 얘기도 많이 했다.

좀 과한 면도 없잖아 있었지만
잘 받아들였겠지...

천문학을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
너무 염세적인 척을 했나보다.
나는 나쁘지 않은 천문학자다. 
개미 천문학자 답게 한걸음씩 부지런히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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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술먹고 와서 논문 제출을 마쳤다. 별거 아니지만 처음 하는 작업이라 이래저래 한시간이 걸렸다.

이제야 처음으로 corresponding author가 되었다

여러가지 이유로 애착이가고 괜찮은 논문이 완성된 것 같다.

여전히 글쓰기엔 이브의 도움이 컸지만... 뭐 갈수록 나아지겠지. 안되면 말고. ㅋ

빠른 레프리 리포트를 기원하며 슬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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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쩌다 보니 연구의 가지가 3갈래가 되었다.

원래 웅쌤, 이브랑 하던거.

이거 이용해서 엔리케, JS박사님이랑 할거.

미래의 보스와 할거.

어쩌다보니 오늘 메일을 3통을 썼는데, 웅쌤이랑 얘기할거 한글로 써서 보내는데 실수로 이브한테도 같이 보내는 바람에 그 김에 다시 영어로 써서 보내느라 시간 욜라 잡아먹었네.

졸업전에는 하나만 했는데 이제 여러개를 해야하니 (사실 이러고 싶어서 벌린것도 있지만)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여러개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논문도 척척 써내는 사람들 보면 참 신기하다.

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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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부터 23일까지 고흥에서 열린 한국-멕시코 워크샵에 다녀왔다. 

홍선생님께서 청소년 우주 체험 센터에 원장으로 취임하신 이후로 교수님들은 여러번 불려(?) 가셨는데 다 좋은데 멀어서 힘들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가보니 과연 그러하더라. ㅋ

한멕 워크샵이야 formality가 좀 떨어지는 학회인데다 그 동안 여러번 발표한 거라 사실 발표준비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좀 더 잘하려고 노력할 필요는 있다.)이번 학회 참석의 목표는 거의 가볼 기회가 없을 전라남도 고흥 외나로도에가서 경치구경 잘 하고 음식섭취를 잘 하는 것과 포닥 지원서를 넣기도 했던 Enrique Vazquez-Semadeni와 토의도 하고 얼굴을 트는데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둘다 성공적이었다.!

소규모 워크샵이 가지는 장점을 제대로 활용한 첫번째 자리가 아니었나 싶다. 기본적으로 나의 마음가짐의 변화도 있었고 김종수 박사님이 꾸준히 잘 밀어준 덕도 있었다. 김종수 박사님이 Enrique와의 공동연구를 하나 밀어주셨는데 좀 더 봐야겠지만 지금 까지의 결과로는 진행하기 쉽진 않을 것 같고 앞으로 좀 더 해봐야 할텐데 우리쪽이랑 계속 진행하게 될지는 좀 미지수다. 일단은 들이대 보는게 좋겠지.

풍광은 홈페이지에 사진이 올라오는대로 업데이트를 해야겠다. 매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긴 하는데 옮기기가 귀찮아서 폰에 고이 모셔져 있다가 잃어버리곤 한다. 아깝게도...

음식은 첫날 순천에서 방문한 남도 한정식집은 좀 실망이었는데 둘째날 저녁 바베큐와 세째날 저녁 회는 감동 그 자체!

앞으로의 학회도 능동적인 자세로 임하면 더 재밌을 것 같다. 뭐 이런 마음가짐이야 오래가진 않지만...ㅋ

숙소 (하얀노을) 창문에서 바라본 모습. 학회가 열린 곳(청소년 우주 체험 센터)가 아마 내나로도에 위치하고 익히 알고있는 발사장이 외나로도에 위치하는데 이 숙소가 그 둘을 잇는 다리 바로 옆에 위치한다. 숙소는 내나로도에 있고 왼쪽에 살짝 걸쳐보이는 섬이 외나로도다.


둘째날 (학회 첫째날) 바베큐의 현장. 가운데 모닥불 같은 것 위에 철판 팬을 올려놓아 불고기를 해먹었다. 여기서 한 첫 바베큐라 모든 셋팅이 다 새거. 목살뿐 아니라 LA갈비, 불고기 주물럭, 삼치구이, 바지락 칼국수등 학과 바베큐랑 레벨이 좀 달랐다. 산적은 예산의 규모가 10배라고... 무지 많이 남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쨌든 산적은 여전히 고기굽느라 고생이고 이곳 직원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 술은 와인 3병에 데낄라 2병, 문배주, 이강주가 소비되었고 다수의 소주 역시 소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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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코드를 병렬화 했을 뿐인데...

첨부터 안도는 것도 아니고...

돌다가 멈춘다 -_-;;

심지어 Segmentation Fault도 안뜨는 이건 무슨 상황인가

어쩐지 순조롭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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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계산하는 나는...

코딩하고 테스트하면서 이론이랑 맞춰볼 때 시간가는줄 모르고 집중한다.
그리고 진짜 과학계산 (science run)을 할 때 마냥 행복하다.
결과 분석하고 그림 그릴 땐 나름 재밌다.

그리고는 역시나 논문 쓸 때는 최악이다. 누구나 그렇듯... 

ps. 은갱누나 트랙백이 안가네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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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준비중이다. 디펜스한거 줄인다고 줄였는데 아직 50장이다. 제길. 25분발표로 맞출려면 말을 빨리해야되나 내용을 빼야되나... 어려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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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KIAS에서 열리는 병렬 계산에 대한 겨울학교에 와있다. 이상하게도 MPI는 대략 아는내용, CUDA는 지난번에 들은 내용, Openmp는 지난 intel 강좌에서 들은 내용이었지만 모두 도움이 된다. 그와 동시에 이제 앞으로 해야할 연구를 고민하게 되고 지금까지 사용한 계산을 개선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또한 동시에 쉬는 시간이나 강의를 듣는 사이 사이에 학회논문 초록을 썼다. 뭔가 학생을 대상으로 한게 아니라 senior researcher(박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모임이라 강의도 좀 더 집중해서 듣게되고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갖게 한다. 이런게 학생을 벗어나서 느끼는 책임감(?) 압박(?) 같다. 앞으론 더하겠지.ㅜㅜ 남들은 대학 졸업할 때 느끼는 책임감을 5년이상 유예해 뒀으니 지금이라도 달게 받아야 겠다.

그래도 학생일 때 늘어졌던 마음이 조금 사라지고 연구자로써 앞으로 할 일이 재밌을 것 같은 기대감도 생겼다. 잃어버렸던 천문학에대한 열정이 조금씩 다시 살아나는 것도 같다. 꺼트리지 말자.

덧붙여, KIAS 확실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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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않게 Johns Hopkins에서 offer가 왔다.  JHU자체나 보스가 될 Krolik교수에 대한 호감도 보다 JHU의 위치나 프로젝트의 규모에 혹 해서 좀 끌렸던 곳이다. 하지만 이미 UWO의 offer를 수락한 상태라 고민하던 차에 웅쌤에게 메일을 보내 조언을 구했다. 

일반론으로 offer 수락에 대한 번복은 좋지 않다. 하지만 내 의견이 중요하니 몇 가지를 고려해보고 필요하다면 해라. 

라는 내용.  그리고 마지막에 덧 붙인 말이 공감이 되어 바로 decline했다.
 
조금 손해본다는 생각으로 사는 게 좋은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새옹지마. 겉보기로는 덜 나아보이지만 실제로 더 나은 것으로 판명나는 경우가 너무 많지 않은가? 

역시나 옛말은 틀린게 없다? 옛말은 들어맞는데만 적용하니 틀릴 수 없다? 어쨌던 인생사 새옹지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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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느정도 구직 시즌이 끝나가고 결과적으로 약 20군데에 지원해서 3군데에서 오퍼를 받았다. 

이런말 하면 좀 그렇지만, 대만 ASIAA는 돼도 갈 생각이 없었고, Notre Dame은 처음 됐을 때는 괜찮았는데 저렴한 연봉과 B교수에 대한 악평(?) 때문에 꺼려졌었는데 다행히도 CITA National Fellowship을 받아 University of Western Ontario에 갈 수 있게 됐다. 결론적으로 UWO에 대한 지원이 상당히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구직 시즌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돌아보면 지원서를 준비하면서 본격적인 지원을 하기전에 워밍업 삼아 상대적으로 마감이 일렀던 (10월 22일) UWO에 지원한게 성공했다. 교훈은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인데 따져보면 이유가 있을 듯 하다. 

보통 11월 이전자리는 Fellowship이 많다. Hubble이나 Einstein같은 경우도 마감은 11월 15일 이지만 host institute와 컨택을 해야되므로 사실상 시작은 10월이전이라고 보면 된다. 다시말하면 일찍 준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Hubble이나 Einstein같은 소위 "좋은 Fellowship"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CITA National Fellowship 같은 경우는 이들이 노리는 곳이 아니다. (CITA Fellowship은 이들의 타겟이겠지만...) 나같이 어중간한 스펙을 소유한 지원자들에겐 그냥 개인 포닥보다는 좋은 자리임이 분명한데, 상대적으로 마감이 일러서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내가 괜히 지원서의 완성도를 걱정하며 지원을 미뤘거나, 미리 준비하지 못해 지원하지 않았다면 Notre Dame가서 적은 월급에 빡센 보스를 만나 힘들어 하지 않았을까? 옛말이 틀린게 없다. 

가만히 있어도 누가 불러줄 정도가 아니라면 일찍 일어나서 남이 잡기전에 먼저 어리버리한 벌레를 잡고, 못 먹는 감같아도, 그림의 떡 같아도 찔러나 보고, 진짜 그림인지 확인이나 하는게 우리같은 범인들이 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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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포닥자리에서 요구하는 서류는 다음과 같다.


Cover letter
Curriculum Vitae
List of Publication
Research statement (statement of research interest, research plan)
Three letters of recommendation


이 중에서 Cover letter는 일종의 표지 인데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안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왠만하면 쓰는게 좋다. 이는 또 다음기회에 쓰도록 하겠다. CV와 list of publication은 합쳐서 쓰기도 하고 따로 만들기도 하는데 어차피 나중에 하나의 파일로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따로 만들어 놓는게 더 편하다. 필요에 따라 pdf 합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합치면 된다. 이것도 나중에... 추천서는 당연히 교수님들이 쓰는 것이니 잘 요구만 하면 되겠다.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Research statement이다. CV야 단숨에 좋아질 수가 없는 것이고, 추천서는 내맘대로 되는게 아니니까 지원을 하고자 하는 시점에서 자신의 지원서를 강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Research statement를 잘 쓰느것 뿐이다. Research statement를 쓰는 방법에 대한 일반적인 조언은 AstroBetter Wiki나 구글링을 통해 금방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Research statement의 일반적인 구성은 다음과 같다


Overview (Importance of this research)
Current Work (Summary of thesis work)
Research Agenda (Research plan for the future)
Relevance (Optional)


일반적인 분량은 3-4 pages가 적당하므로 Overview (0.5장), Current work (1-1.5장)이 1.5-2장을 차지하고 Research Agenda가 1.5-2장을 차지하면 적당하다. relevance라는건 간단히 내 연구와 앞으로의 계획이 당신네 기관, 그리고 지금 내가 지원하는 자리와 얼마나 관계가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있으면 좋고 없어도 무방하다. 한문단 정도면 된다. 이 부분이 specific하면 할 수록 뽑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좋다고 하는데 괜한 사족은 오히려 글의 통일성을 해칠 수 있으므로 잘 선택하도록 하자.


쓰다보면 생각보다 분량이 길어지기 쉽다. 게다가 reference가 쓸데없이 자리를 잡아먹는 것도 사실이다. TeX을 이용할 가능성이 농후한데 이 경우 이런 부분을 맘대로 조절하기 힘들 때가 있다. TeX이용이 필수는 아니므로 자신이 편집하기 용이한 도구를 이용해도 된다. 글자 크기는 10pt로 하면 적당하고 12pt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분량을 맞춰라!
구글링을 통해 팁들을 찾다보면 아주 사소하지만 흔하게 지적되는 것이 분량을 못 맞추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분량을 명시하지 않는 경우도 많지만 명시적으로 분량을 제시한 경우 이를 맞추는 것은 기본이자 필수다. 이를 위해 공고를 꼭 세심히 읽어보고 분량에 대한 얘기가 있는지를 확인해라. 그리고 분량은 단지 body text의 분량이 아니라 참고문헌, 그림등을 모두 포함한 것임을 명심하자.


2. Research Plan에 집중하자.
사실 이것도 내가 committee가 아니므로 정확히 뭐라 얘기하기는 힘들지만, 많은 구글링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은 지금까지의 실적보다 (실적이 도드라지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연구 계획을 잘 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렇다고 plan을 쓸 때 너무 이것 저것 다 하겠다고 쓴다거나 뜬구름 잡는 얘기를 하는것은 좋지 않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얘기가 더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한다. 수치계산을 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구체적으로 사용할 코드와 방법, 초기조건, 예상 결과를 언급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결과의 astrophysical implication을 곁들여 주면 금상첨화. 관측하는 사람이라면 지원하는 기관에서 쓸 수 있는 장비로 할 수 있는 science를 제시하는 것은 큰 가산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가능하다면 각개격파.
Research plan을 너무 구체적으로 써서 실제 position에 안 맞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나는 galactic disk에 대한 연구를 구체적으로 제안했는데 position에서 원하는 사람은 galaxy formation에 대한 계산을 수행할 사람이라면 뽑는 사람입장에서는 좀 꺼려질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자리에 맞춰서 쓸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한 자리당 몇일이 걸릴 수 있다. 정말 원하는 몇 자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맞는 내용을 쓰는 것은 고려해 볼만하다.


4. 영어.
잘 써야 한다. 교수님의 검사를 받는 것 뿐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 읽어봐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권장한다.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최대한 실수를 줄이는 노력이라도 해야겠다.


생각나는대로 써보긴 했는데 다시 보니 좀 뻔한 소리 같다. 개인적으로는 defense가 끝난 뒤에 귀찮아서 앞으로 남은 두달치 (9곳) 지원을 하루만에 다 했다. research statement도 그냥 통일 시켰고 cover letter만 조금씩 바꿔서 보냈다. 좀 더 신경 썼다면 얼마나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지는 모르겠지만, 아쉬움이 남아있긴 하다. 가능하다면 빨리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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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포닥 자리 잡기 - (1) 언제부터 시작하나?  (0) 2010.12.21

박사 졸업을 앞두고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다음 자리를 잡는 것이다. 우리과의 오래된 관습(?)은 대개 학위 논문 발표에 목을 매고 논문 발표가 끝나고 나서야 포닥자리를 찾는 것이다. 즉, 졸업이 우선이고 다음 자리 찾기는 그 다음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실제로 상당히 위험하다. 특히, 국내의 자리가 아닌 외국의 자리를 구하려고 한다면 이린 식으로는 거의 자리잡기가 어렵다고 봐야한다. 왜냐하면, 대개 다음해 9월에 시작하는 자리는 그전해 10월부터 1월사이에 지원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졸업 여부를 가늠할 수 없는 불안정한 상황과 그런 점을 고려해서 미리미리 일의 진행을 알려주지 않는 교수님들의 탓도 있겠지만, 결국 손해보는건 자신이므로 스스로 좀 더 신경써야 할 것이다. 관측 전공자들은 대개 큰 프로젝트에 속하는 경우가 많고, 그동안 이루어진 공동연구의 결과 다음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정해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론 전공자의 경우에는 그러기 힘들기 때문에 더욱 자력 갱생이 요구된다. 나의 경우에는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지속적인 압박을 가해준 신천문대의 김박사님 덕에 꾸준히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고, 지도교수님도 애초에 이런 부분을 지속적으로 지적했었기에 나름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 그래도 빈약한 정보로 인해 어찌할 바를 몰라 초반에 좀 멍때리느라 결국은 조금 늦었고, 시간이 부족해서(사실 시간만의 문제는 아닌듯 하다. 그동안 쌓인 영어실력이 모자랐기에 고칠수록 나빠지는 지원서는 슬플 쁜이고...), 좀 더 좋은 지원서를 만들어 내지 못한 것과 왠지 놓친 것 같은 초기의 지원처들에 아쉬움이 남아있다. 그런 의미에서 좀 더 우리과 학생들이 포닥 지원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어느정도 감을 잡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쓴다.


언제부터 일자리 찾기를 시작해야 되나?


예를 들면 2011년 9월에 시작하는 포닥 일자리 찾기를 나는 2010년 9월경에 시작했다. 여기서 가장 어려운점은 자신의 졸업시기를 가늠하는 것일 텐데, 역시나 지도교수와의 지속적인 면담으로 미리 파악하는 수 밖에 없다. 나의 경우는 원래 2011년 8월 졸업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예기치않게 졸업이 한학기 당겨졌다. 하지만 2011년 8월 졸업이나 2011년 2월 졸업이나 결국 알아봐야할 자리는 2011년 9월에 시작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다행히 준비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았다. 경우에 따라 정해진 오퍼도 협의하에 시작 시기는 변경이 가능하기도 하므로 주 타겟은 졸업하는 해 9월 시작 일자리들(다시말해 전해 10월부터 나오는 자리들) 이다.


나름 준비를 일찍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전해 9월에 시작했지만 이 역시 그닥 빠른 편은 아니었다. 안전하게는 그 전해 여름방학에 시작하는게 좋을 것 같다. 권장하는 시기는 다음과 같다.


1. 졸업 전해 7,8월에 research statement를 작성하고 CV를 가다듬는다.
2. 9월경에 교수님들께 추천서를 부탁한다.
3.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열심히 지원한다.
* Hubble/Einstein이나 ESA/ESO fellowship을 준비한다면 host institute에 미리 연락해야된다. ESA/ESO는 10월 중 마감, Hubble/Einstein은 11월 15일 마감.
* 준비해야할 서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언젠가 있을 다음 포스트에서 하도록 하겠다.


개인적으로는 9월부터 준비해서 research statement를 계속 고쳐가며 defense를 준비하느라 상당히 바빴다. 바라는 상황은 이듬해 8월 졸업을 염두해 두고 전해 7,8월에 준비를 시작해서 일자리를 확정하고 3월부터 빡씨게 달려서 졸업하는 것이다. 다음 일자리가 확정되었는데 졸업을 막을 교수님은 없다. 문제는 추천서를 받으려고 할 때, "내년에 졸업할 수 있겠어?"라는 식의 질문을 던지며 우리의 의지를 꺽을 교수님들이다. 역시 교수님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CV에 출판된 (또는 제출된) 논문을 적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 역시 없어도 무방하다. 대개 박사논문을 저널논문으로 만들어서 in preparation으로 두편은 써 넣을 수 있을것이다. 물론 출판된 논문이 없는 지원서는 아무래도 약하겠지만 좋은 statement로 커버할 수 있다. 결국은 자리잡는데 실패해서 졸업해서 자리를 잡아야 되는 경우에도 한번 이 과정을 통한 경험은 다음 지원서를 강하게 만드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경험상 research statement를 쓰는 작업은 내 연구의 동기를 다시 명확히 하면서 연구 의욕을 불러일으키는데도 일조한다. 또한 research plan을 쓰는 과정에서 다음 연구에 대한 구체적이고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졸업을 앞둔 사람들은 잉여짓 할 시간에 다음 사이트를 자세히 살펴보자. 이것도 잉여짓이지만 뭐 나름 도움되는 잉여짓이다.

http://www.astrobetter.com/wiki/tiki-index.php?page=Job+Hunting+Links


한줄요약: 여름방학에 research statement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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