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사람이 연주한 CD를 들을 때면 음계의 진동가지 느끼고 싶어서 저절로 숨을 참게 돼.

그녀가 소개한 피아니스트는 클라라 하스킬이었다. 


클라라 하스킬은 6살 되던해에 한번들은 모짜르트의 음악을 악보도 없이 그대로 연주하고 

또, 즉석에서 조옮김을 해서 연주했다고 한다. 

그리고 빠리 콘체르바토르에 입학해서 우등으로 졸업을 했고,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있는 미모의 소녀로 세상에 알려졌다. 

그런데 그런 소녀에게 갑자기 병마가 다가왔다. 

그녀는 18살에 희귀병인 세포 에 걸려서 4년동안 온몸에 깁스를 하고 지내야 했다. 

12년이라는 오랜 공백끝에 그녀가 무대에 올랐을때 관중들은 너무 놀라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피어나는 꽃처럼 아름답던 소녀는 사라지고 곱추로 변한 흉한 모습의 여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 무대를 본 사람들은 모짜르트의 모짜르트라며 그녀를 칭송했지만 그녀의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유대인이었던 그녀는 길고 긴 피난길에 올라야 했고 또다시 병마와 싸워야 했다. 

그녀는 피아노를 연주할 때마다 격렬한 고통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레퍼토리가 다양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연주한 모짜르트는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워서 지금까지 전설로 남아있다. 


가장 놀라운 것은 그런 불행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매우 밝은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원망하지 않았고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행복에 집중했다. 

그녀의 일생은 행복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이런 대답을 들려준다. 


불운에 집중하는가 아니면 행운에 집중하는가.


문제는 포커싱이다.



2011년 1월 14일자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 - 그녀가 말했다


라천을 듣다가 이 이야기가 귀에 꽃혔다. 어쩌면 불행에 처한 사람에게 뻔하게 할 수 있는 말. 이런 말을 쉽게 하는 것은 불운 속에 있는 (또는 있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오히려 큰 상처가 될 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들어 느낀 인생의 진리인 '새옹지마'를 적용하는 태도, 즉,


 '불운을 겪을 때 다가올 행운을 기대하는가' 아니면 '행운이 왔을 때 다가올 불운을 걱정하는가' 


와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태도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일 수 있다. 청담동 앨리스에 나온 한세경처럼 '행운을 기대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결국은 행운에 집중하고 다가올 행운을 기대하면서 사는 것이 행복의 조건일 수 밖에 없는데.


라디오에서 이 이야기 이후에 클라라 하스킬이 연주한 모짜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0번 3악장 알레그로가 흘러나온다. 이 부분을 잘라서 8분짜리 mp3로 만들었지만 저작권에 걸리니 공유하지 못하는게 안타깝다. 원한다면 개인적으로 요청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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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 작가와 송혜교의 조합으로 기대하고 있던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시작했다. 학부 3학년 2학기 폭풍같이 몰아치던 과제에 허덕일 때, 제대하고 서울로 놀러와 있던 형의 영향으로 보게된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을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양자역학, 열역학, 천체물리, 천문관측, 항성대기라는 무시무시한 전공의 압박속에서 마지막 기말과제들을 폭풍처럼 마치고 시험을 앞두고 '잠깐 한두편만 볼까?'하고 시작했다가 앉은자리에서 정주행 하게 만들었던 드라마. 이후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드라마를 모두 정주행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던 드라마.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던 일본어 제목 '아이난떼 이라나이, 나츠'. 


'그 겨울...'을 보는 동안 뭔가 어설픈 느낌에 다시 찾아서 1편을 보니 '사랑따윈...'도 꽤나 어설픈 드라마 였구나 라는 생각이 계속 들면서 '괜히 다시 봐서 그 때의 감동을 잃어버리는구나'하며 후회하고 있을 즈음 1편이 끝나면서 OST가 흘러 나온다. 그 순간 그 시절, 학부 3학년 2학기 자취방의 기억이 와락 덥쳐온다. 1층에 오락실과 어심, 2층에 헝그리즘, 3층에 성인 PC방이 있던 그 자취방. 지금 내가 있는 아파트의 bedroom 크기의 1/3만한 작은 방에 8개 정도의 방이 하나의 화장실을 공유하게 설계되어 있던 그 방. 그 방에서 놀러온 형의 자존심을 긁는 잔소리를 하며 불편하게 지냈던 그 시절. 자잘하고 세세한 기억들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사랑따윈 필요없는 "여름"과 바람이 부는 "겨울"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노희경 작가가 겨울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왠지 두 드라마의 진도를 맞추며 평행하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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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사가 어떻게 고등학생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감성이지? 대학교 자취방에서 잉여잉여 해 봐야 느껴지는 '싸구려커피' 같은 감성이 아니란 말인가. 대형기획사 3사에서 획일화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는 YG가 제일 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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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형이 추천한 윌 해밀턴의 동영상 강의.


http://www.fuzzyyellowballs.com/


여기가서 메일 등록하면 메일로 동영상 링크를 1-2일에 한번씩 하나씩 보내준다. 좀 길긴 하지만 애가 똑똑하게 잘 가르쳐줘서 매우 도움이 된다. 특히나 한국 코치들이 주로 가르치는 '구식'테니스가 아닌 현대 탑 프로들의 테니스 스타일을 잘 분석해서 알려주기 때문에 더더욱 유용하다.


가장 유익한 포핸드 동영상. 메일 등록하면 바로 날라오는 동영상이다. 

VIDEO: The 5 Fundamentals of the Forehand


나머지는 차근차근 받아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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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랖에 누군가 최고의 시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시가 뭐냐고 물었다.

댓글에 수많은 시가 달린다.


난 아직 최고의 시를 고를만큼 내 마음속에 시가 많지 않다.

이럴땐 남이 골라준 시를 읽으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뭔가 컴필레이션 음반을 듣는 듯 한 기분이다.


혹자는 'XX 베스트'라던가 컴필레이션 앨범은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한다.

앨범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냥 괜찮은 노래를 모아놓은 것이 아니기에.

뭐 그렇기도하고 아니기도 하겠지. 요즘같이 한곡씩 나오는 세상에선 더더구나.


그런 의미에서 시집을 하나 사서 읽어야 겠다.


처음 글쓴이가 꼽은 베스트.


황혼 - 이육사


내 골방의 커-텐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드리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 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보련다

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 십이성좌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삼림 속 그윽한 수녀들에게도

시멘트 장판우 그 많은 수인들에게도

의지 가지 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사막을 걸어가는 낙타탄 행상대에게나

아프리카 녹음속 활 쏘는 토인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하오니

황혼아 내일도 또 저 푸른 커-텐을 걷게 하겠지

암암히 사라지긴 시냇물 소리 같아서

한번 식어지면 다시는 돌아올 줄 모르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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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의 대화에서 내 현재 상황을 적절하게 설명하는 포커 상황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J: 프린스턴에 간다니 그럼 집을 잡고 가면서 포-카드가 뜨기를 기다리는 셈이군.


나: 프린스턴에 가는 것 만으로 집을 잡았다고 하긴 힘들죠. 지금까지 원페어를 잡고 있다가 5구 정도에 겨우 봉이 붙은거죠. 거기가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집이 될지, 포-카드가 될지, 봉으로 마를지가 결정되겠죠.


J: 뭐 그래. 어찌됐건 봉을 잡았으니 아직 덮을 단게는 아닌거지?


나: 그렇죠. 원페어만 갖고 있다가 덮을까 하고 있었는데 5구에 봉이 붙었으니 6구, 히든까지는 가볼 만 해 진거죠. 6구에 집을 잡으면 히든까지는 갈테고 6구에도 봉이라면 또 고민 좀 해야겠네요.


J: 에이. 6구에 봉이라도 히든 한번 봐야지. 상대방이 이미 메이드인지도 모르는거 아니냐.


나: 그렇긴 하죠? 아마도 끝까지 가게 될 것 같네요.


...


일단 fold의 단계는 어느정도 넘긴 것 같고, 원페어가 트리플로 강화되었으니 이제 끝까지 가야지. 그래도 집이나 포-카드를 잡으면 올인해야지. 아직은 적당히 베팅하면서 눈치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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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무교를 지향하지만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천주교를 모태신앙으로 하고 있다. 유아세례를 받았고 국민학교 시절에는 주일학교도 꼬박꼬박 나갔고 영성체 성사도 받았다. 외국에서 갈데가 없을 때 정을 붙여볼까 하고 성당에 나갔으나 역시나 별로 내키지 않아서 멈추곤 했다. 그래도 가끔씩 연결되는 천주교와의 인연을 보고 깜짝깜짝 놀라는건 내가 천주교를 모태신앙으로 갖고 있다는 것 때문에 느끼는 선입견이 때문인지 아니면 실제로 뭔가가 연결돼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여러가지 이유로 기독교를 싫어하지만 천주교에 대해서는 큰 거부감이 없는 것도 어린 시절 노출된 영향이 있을 것이다.


최근에 고래후원을 시작하고 한동안 후원현황에 등록이 안되길래 문의를 했더니 후원처 지정에 시간이 거려서 늦어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결정된 후원처가 부산에 있는 <우리들의 집 공부방>이라고 한다. '부산'이라길래 '고향에 있는 공부방으로 결정되다니 신기한걸...'이라고 생각했다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천주교 부산교구에서 운영하는 복지기관이다. 이거 신앙 간증이라도 해야하나. 허허.


어쨌든 단 한번도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치 않았지만 이런식의 시작을 할 수 있게 영향을 준 대한민국의 정치권에 불쾌한 감사를 표한다. 덧붙여 또 다른이 에게도...


<우리들의 집 공부방>

601-811 부산 동구 범일6동 1513 17/3

051) 637-6090


언젠가 문득, 왠지 모르게 생각이 나면 한번 가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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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학교2013.

재밌고 슬프고 안타깝다.

실제 학교는 이보다 더 슬프고 안타깝겠지. 더 재밌을 수도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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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앨리스. 오늘을 위해 그 동안 말같지도 않은 신데렐라 연애얘기 하면서 달려왔구나. 




2012/02/01 - [Daily Log] - 중산층 엘리트. 이 글에서 인용했던 스랖에 올라온 글 '서울대에 중산층이라...'에서 

두산그룹 회장 아들 박서원이라고 있다. 광고계에서 유명한 사람이다. 어릴때부터 동네 양아치서부터해서 대학교들어갔다 자퇴했다 유학갔다 유학가선 전공을 5번쯤 바꾸고 그러다 그러다 디자인에 흥미를 느껴 그걸 존나 열심히 공부해서 광고계의 대부중 하나로 자리잡는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내가 노력해서 성공한건데 사람들이 왜 '역시 재벌2세니깐 성공했지'라는 눈초리로 바라보는지 모르겠다"

라는 얘기가 있었다. 자기만 모를거다. 양아치 짓을 해도 억지로라도 대학에 보내주고 유학도 보내주고 전공을 5번쯤 바꾸면서 흥미 있게 열심히 공부할 것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사람이 몇명이나 될 지.


중간에 나오는 차승조의 독백.

청담동이 뭐라고... 한세경은 그렇게까지 해서 들어오려고 했을까? 여긴 그냥 내가 사는 곳일 뿐인데.

나도 '서울대(또는 과학고)가 뭐라고... 그냥 내가 다니는 학교일 뿐인데.'라고 쉽게 말한적이 있었을 것이다. 거기에 목메고 사교육에 열을 올리는 부모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면 차승조나 박서원이나 다를 바 없는 건지도.



내가 잘 되면 다 내가 열심히하고 잘나서 그런 줄 알지. 인생사 새옹지마에서 나쁜일 이후에 좋은일을 기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다는게 한세경이 얘기하는 '행운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얼마나 큰 행운인지. 주변에서 (부모님을 포함한) 모두가 얼마나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준 것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겸손하자. 겸손하자. 겸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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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자 투표는 총 6명이 했으며, 기호 1번 김현수 후보는 3

기호 2번 김창구 후보도 3표를 각각 얻었습니다.



그리고 재자 투표는 총 30명이 했으며, 기호 1번 김현수 후보는 8

기호 2번 김창구 후보는 20

무효표는 없었고, 기권표는 2표가 있었습니다.



부재자와 재자 투표 결과를 합계하면, 기호 1번 김현수 후보는 11

기호 2번 김창구 후보는 23표로



기호 2번 김창구 후보가 과반후 이상을 득표하여



45대 서울대학교 아마추어 천문회 회장에 당선된 것을 알려드립니다.



===


압도적이군.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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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중반 쯤 어느 술자리 였다

 

홍준이와 나와 승환이 형이 술을 마시다가

 

제씨햄이 말했다.

"우리 진짜 빡시게 관측해보자. 너희라면 잘할거야. 너희를 믿는다"

옆에 내가 말했다.

"우리 클럽을 만들죠 제팬어때요 '제'씨 '팬'클럽..."

제씨햄이 말했다

"어 그래 그거 좋네. 우리 같이 해보자."

홍준이가 말했다

"에~~이. 그거 별로네요 쪽바리 같자나요. 그러지 말고 젶~~~~앤~~~~ 으로 하는게 어때요??"

라면서 홍준이 특유의 목소리와 동작을 하였다.(지~~환~~계~~ 할때처럼.)

나는 말했다.

"아. 새끼. 추리하게 음이 그게 머고.-_-;; "

그래도 이래저래 우리 젶앤이 결성 되었다.

 

그러면서 제씨햄은 자기 카메라를 나에게 쓰라고 빌려 주었다.

그런데 난 그걸로 제대로 사진을 찍지 못했다. 딱 한번 소관나가서 트레일 몇개를 찍었는데

필름을 제씨햄이 가지고 있다. 나쁘지 않게 나왔다며 여관이 끝나고 서울에서 보여준다고 했는데...

 

홍준이와는 늘 같이 관측을 했다.

날씨가 좋은날 돔에가면 어김없이 홍준이가 와있었고

현수, 성민이와 매번 망원경을 가지고 다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제씨햄은 돔에 와서는 우리가 많이 와서 보고있는걸 보면서 좋았했다.

그리고는 "나도 좀 보자. 궁수 지기전에 볼게 많단 말이야."라며 옆에서 말했지만

언제나 우리에게 망원경을 양보했다.

 

어느 모임이 있고난 뒤 술자리에 가면

어쩌다 보니까 일부러 그렇게 앉은것도 아닌데

젶앤이 항상 모여있었다.

그러면 우리는 서로를 보면서.말한다.

 

"아 식상한 놈들 제발 좀 저리가라."

 

옆 사람들도 말한다

 

"이런 추리한 놈들 제발 좀 떨어져라."

 

슬 자리를 떨어뜨리지만 술이 들어가서 취하면 늘 다시 모인다.

그러면서 비슷비슷한 얘기들을 늘어놓는다.

특히 제씨햄은 계속해서 학술모임에 대해서 말했다.

우리는 같이 하겠다면서 대답했다.

 

묻고 대답하고 술에 취한 우리는 계속 같은 얘기를 했던것 같다.

 

너무나도 많은 추억들이 있는 두사람이다.

젶앤은 소수 정예라면서 한꺼번에 두명이 더 들어와야 되니 어쩌니 이러면서

젶앤은 그냥 우리 세사람이 되었다.

이제 혼자남았다.

내가 그 두사람 처럼 그런 열정으로 잘 해 나갈수 있을까?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별방에 나갔을때 그 두사람이 없다고는...

제씨햄이 기타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거라고는...

수업마치고 별방갈때 혼자 가야 될거라고는...


수강신청 할 때도 세명이서 시간표를 똑같이 짰는데.

혼자 수업 들어가고 혼자 숙제하고 혼자 별방으로 와야 된다는 것일까?

물리 미적 시험칠 때 셋이서 같이 공부했었는데

제씨햄 하고는 중도와 별방을 왔다 갔다 하면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

 

이제 남은 대학생활을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을수가 없다.

 

 =====


어느새 12년이네.


동아리의 가장 좋았던 기억이자 가장 아픈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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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패


9 띠 열 피

2 띠

1 띠

11 피

7 열

 

2등 패

 

6 피 띠

2 피 피

12 열

5 열

10 띠

 

3등 패

 

4 띠

5 피 피

6 열

7 띠

10 피

12 띠

 

바닥패

 

11 피 쌍피 광

8 광

2 열

12 쌍피

 

남는패


8 열

5 띠

4 피

4 열

6 피

1 광

3 띠

7 피

7 피

3 광

10 열

9 피

4 피

8 피

1 피

1 피

3 피

8 피

3 피

10 피

12 광

사이사이에 두꺼비 끼워 넣으면

 

대략 30점에 64배 입니다.(5고 8배, 흔들고 광박 피박 8배 총 64배)

 

총 1920점 이상 납니다.

 

좀 허접하고 개인적으로 멍박을 못넣어서 아쉽습니다.

 

주의하실점은 두꺼비는 뒤집어서 먹는패에 앞쪽에 배치하시는것이 좋습니다.

 

첫판에 2띠로 2열을 먹고 뒤집어서 8광과 8열을 먹습니다.(고돌이비상)

 

그뒤에 적당히 치시다가 마지막에 9폭탄 치고 스톱하셔도 되고

 

폭탄치고 계속 치셔도 됩니다.

 

테스트에 도움을 주신 옥환과 노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p.s. 이세상 모든 타짜들에게 존경의 인사를..

 

====


이건 살려야지. 담에 한번 꼭 써먹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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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원래 생명의료윤리 레포트를 쓰고자 하였으나..

 

이래저래하여 인터넷의 바다에 헤엄치고 있군..

 

오랜만에 소모임 게시판에 들어가 보고

 

다시한번 나의 방만함을 절감했고

 

오랜만에 임원 게시판에 들어가 보고

 

회장 초창기에 했던 수많은 말들이 떠오르며 결국 변한것은 없었다는것을 절감하고

 

오랜만에 통게에 내가쓴 글을 읽어보면서

 

당시 사진전 공지를 띄우면서 나답지않은 느끼한(나는 분명히 그렇게 느낀다..-_-;;)말들을

 

보면서 스스로 닭살에 떨기도 하고

 

끄집어 냈던 회비 이야기를 읽어보면서... 그리고 지금 내가 후배들에게 하는 말들을 생각하면서...

 

아직은 나는 변하지 않는 동아리, 발전하지 않는 동아리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동아리에 남겨진 나의 흔적들과 내가 보내온 시간들을 보면서 향수에 빠지는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참 즐거운 동아리 생활을 하면서 동아리에서 정말 많은것을 얻었다는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빨리 코스모스를 내서 천기누설과 잡기장 등에 남겨진 사람들의 흔적을 전해주면서

 

동아리의 향수에 젖어들게 해주고 싶다.. 진심으로..

 

 

동아리의 발전은 어떤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인가...

 

동아리성원의 아마추어 천문적인 역량이 커진다는것이 동아리 발전을 의미하는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아리 사람들과 친해지고 즐거운 대학생활을 보내게 되는것이 동아리 발전을 의미하는가?

 

동아리의 정회원(형식적이 아닌)이 많아 지는 것이 동아리 발전을 의미하는가?

 

아니... 동아리는 발전을 해야하는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바라는 것이 있다.

 

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정말 동아리를 사랑하고 애착을 가진 정회원이 되기를 바라고

 

아마추어 천문이라는 매력적인 분야를 보다 많이 느끼기를 바라고

 

같은 동아리 성원들끼리 교감하면서 즐겁게 동아리 생활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디딤돌 첫시간에 신입생들에게 무슨말을 해줄까 고민을 하다가

 

별을 즐길줄 아는 사람이 아마추어 천문인이고

 

우리 AAA사람들과 함께 별을 즐길줄 아는 사람이 AAA인이다 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던것 같다.

 

추상적이고 그럴듯한 말인듯도 하지만 여기에 숨겨져 있는 나의 거친 생각이 있는듯 하다.

 

멍하니 하늘을 보면서 별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것을 즐길줄 안다면

 

별들에게 담겨진 이야기, 별자리 같은 것들도 알고싶어 질 것이고

 

그속에 보석처럼 숨겨져 있는 Deep-sky들을 찾아보고 싶어 질 것이고

 

그러다 보면 스케치나 사진같은것을통해 영원히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질 것이다... 라는식의...

 

내가 자연대생이고 언제나 그런 사고의 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인 듯도 하지만

 

나에게는 이러한 과정이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느껴졌다.

 

별을 즐길줄 아는 사람이 아마추어 천문인 이라고 이야기 한것에는

 

이런 맥락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지...

 

 

동아리에 관심을 가지다 보면

 

동아리가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고

 

그런 역사동안 어떤 발자취를 지나 왔는지 궁금해 지고

 

별방에 오면 코스모스, 별지, 옛날 잡기장, 옛날 사진, 고문서등을 뒤적이게 되는것이 당연하다라는...

 

자기가 애착을 가지고 소중히 생각하는 것에대해서는 그런정도의 관심은 당연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농담처럼 이야기 하는 정회원의 권리중 과거의 자료들을 열람해 볼 수있는 권리라는것이

 

얼마나 큰 특권인지 깨닫는 사람은 몇이 있는가...

 

 

개인적인 차이, 바라는 것의 차이는 이해하지만(아니 이해하는척 하는건지도..)

 

동아리성원이라면 이정도의 관심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라고 생각해왔고

 

지금도 변하지 않는것 같다.

 

 

작년에 회장당선 초기에 회비문제를 들고 나올때 사실 생각이 많이 부족했던것 같다.

 

하지만 내가 바란건 단 한가지 였다. 좀더 동아리를 사랑하고 자신이 정회원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회비의 납부와 같은 아주 기본적인 정회원의 의무는 스스로 이행할 줄 아는

 

동아리 성원들이 많아지기를 바란것 이었다. 방법, 절차의 문제는 언제나 있기 마련지만...

 

그 때 당시에는 이런 이야기가 공론화 되었다는 것 만으로도 좋은결과를 낳지 않을까...

 

라는 안일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결국 바뀐건 없을 뿐더러 더욱 더 심해져 갈뿐...

 

 

여전히 생각이 어리다...

 

난 후배들을 자연스럽게 잘 이끌어 주지도 못하는 선배이고

 

아직 선배들에게 믿음직스럽지 못한 후배이고

 

동기들을 잘 챙겨주지 못하는 동기이다.

 

 

이야기가 참 길어졌다. 횡설수설에다가....

 

단한가지 동아리 정회원, 진정한 의미의 AAA인이 보다 늘어나기를 바랄뿐이다.

 

내일 뻘햄이 잘있나 함 보고와야 겠다. 훗


========



프리챌이 없어진다는 소식을 접하고 문득 과거 동아리 프리챌 게시판에 들어가봤다.


2001년에 생겨서 2004년에 홈페이지로 옮겼으니 나의 동아리 활동기간 중 가장 열의가 넘치던 시기와 일치한다.


아마도 황이 잘 백업을 해 놨을 것으로 기대하긴 하지만 없어지고 나면 DB를 홈피에 연동시키기 전에는 다시 글을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참 어렸던 학부 3학년에는 동아리 활동에 대한 나의 가치관과 방식만이 옳다고 너무 굳게 믿었던 것 같다.


그래도 재밌다. 과거의 나를 볼 수 있어서. 좀만 더 보고 논문 써야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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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벌써 언제냐. 2007년이란다. ㅋㅋ


오랜만에 동문 야구팀 싸이클럽에 갔다가 다시 발견.


빨랑 가서 야구해야 되는데 한동안 요원하구만. ㅜㅜ


신승의 센스가 넘치는 주옥같은 멘트들. 연재만화 씨봉이를 꼭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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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어릴때는 시는 허세다 싶었는데, 나이가 드니 시가 길게 쓴 글보다 뭔가 알 수 없는 감동을 준다.


녹두장군의 식도락 블로그를 보다 스쳐 읽은 시가 참 맛있구만.


근데 이렇게 옮겨 쓰다보니 시는 무단 전재/배포를 해도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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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이 뽑은 2010년 탑 10.


국내


1. 옥희의 영화

2. 시

3. 경계도시 2

4. 하하하

5. 부당거래

6.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7. 시라노 연애 조작단

8. 불청객

9. 이끼

10. 내 깡패같은 애인



3, 4, 6, 8을 안봤고 2는 대충 봤네. 3부터 한번 봐야겠다.


국외


1. 시리어스 맨

2. 하얀 리본

3. 500일의 썸머

4. 예언자

5. 엉클 분미

6. 소셜 네트워크

7. 아바타

8. 토이스토리 3

9. The Hurt Locker

10. 공기인형


3, 6 밖에 못 봤군. 챙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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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note를 1년 전쯤에 샀는데 업데이트를 하려면 맨날 구매한 계정으로 로그인하라고 하는데 눈 씻고 다시 찾아봐도 구매한 계정으로 로그인한 게 맞다. 이놈의 애플 도대체 어쩌라는 거냐! 라고 생각만 하고 해결해보려고 하지 않다가 오늘 작심하고 구글링 해 봤더니 어처구니없게도 Spotlight 문제였다. 일전에 맥이 느리면 Spotlight의 indexing 기능을 끄라고 한 걸 보고 그걸 껐던 적이 있는데 이게 app store 업데이트에 문제를 일으킬 줄이야. 바보 같은 app store가 다른 계정으로 로그인하라는 어처구니없는 메시지만 줄창 보여준 덕에 괜히 딴 것만 계속 건드렸네. 구글링을 해서 겨우 찾아낸 해결책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애플 지원팀에서 에러 메시지만 조금 바꾸던지 spotlight indexing 기능을 켜라는 말만 추가해도 될 것을. 어쨌든 산 지 1년 만에 keynote를 업데이트하고 발표준비를 시작했다. 빨리 마무리해야지. 


Solution 1 – Spotlight works but the index is incomplete or empty:

1) Open System Preferences > Spotlight
2) Under the Privacy tab. Add your Macintosh HD (or whatever your main hard disk is called) to the list.
3) Close the window. Wait a few seconds. Then go back to Spotlight settings and remove the entry you just added.
4) The spotlight index should now begin to re-index completely. (A dot will fade-in/out inside the Spotlight icon in the taskbar)
5) Wait for it to finish and then launch the Mac App Store. You should now see updates in the Updates tab.


Solution 2 – Spotlight indexing is disabled (frequent on Mac OS X Server)

1) Open a Terminal window.
2) Type the following command: sudo mdutil -i on /
3) A message saying “Indexing enabled.” should appear after a few seconds.
4) Close the Terminal window and the Spotlight indexing should now start automatically. (Again, a dot will appear inside the Spotlight icon during the indexing process)

5) Wait for it to finish and then launch the Mac App Store. You should now see updates in the Updates tab.

출처 - http://www.ngpixel.com/2011/06/25/mac-app-store-you-have-updates-available-for-the-other-accounts-bug/



차도 없고 하여 크리스마스 연휴에 집밖으로 한발짝도 안나가고 일해야지 했는데 역시 집에서는 일이 잘 안된다. 이래저래 빈둥거리다가 그사세를 다시 보기로 결정하고 3일에 걸쳐서 봤다. 이거 참 옛날 생각 많이나네. 이 드라마가 시청률이 5%대 밖에 안나왔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2008년 겨울. 연애를 시작할 당시에 본 드라마인데다 얘가 워낙 여기에 빠져 있어서 난 오히려 별로라고 생각 했었는데, 다시 보니 잘 만든 드라마인걸 인정하게 된다. 매 회 나오는 나레이션은 많은걸 생각하게 하는 통찰이 있고, 3년의 연애가 끝나고 1년이 지나고 나니 그 당시에는 잘 이해하지 못 했던 드라마의 내용도 꽤나 와닿는 부분이 많다.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어서 좀 끄적거릴라고 했는데 글로 잘 풀어내지지가 않네. 


이상하다.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

이 말은 엊그제까지만 해도 내게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였는데...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준영일 안고 있는 지금은 그 말이 참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더 얘기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린 지금 몸 안의 온 감각을 곤두 세워야만 한다.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건 아니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이유는 저마다 가지가지다.

누군, 그게 자격지심의 문제이고, 초라함의 문제이고,

어쩔 수 없는 운명의 문제이고, 사랑이 모자라서 문제이고,

너무나 사랑해서 문제이고, 성격과 가치관의 문제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어떤 것도 헤어지는 데 결정적이고 적합한 이유들은 될 수 없다.

모두, 지금의 나처럼 각자의 한계일 뿐…




궁상맞은 2012년의 연말은 이렇게 흘러간다.

이번 대선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지지하던 사람이 당선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유권자의 76%가 투표하여 과반이 넘는 득표를 한 사람이 당선 된 것은 분명 민주적이다. 제시된 정책을 놓고 보면 최소한 지난 정권과 같은 무분별한 건설사업으로 경기부양을 이끌려는 모습이 아니다. '복지'와 '경제 민주화'를 통해 재벌 퍼주기나 사회적 안전망에도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정책을 실천할 주체의 실천의지와 진정성이 의심되기에 이들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민주적 절차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진보적 정책'이 대선에서 주요 의제가 된데는 민주당이 진보적 이어서가 아니었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경쟁사회와 비정규직 문제등에 시달려온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현장의 활동가나 진보세력이 꾸준히 내온 목소리를 일부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변화는 5년에 하루 투표하는데서 오는 것은 아니다. 곳곳에서 현실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과 그에 힘을 실어주는 사람들이 꾸준히 존재하면 조금씩이나마 변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집권여당과 당선자가 여전히 '권위주의'적인 인상을 주기에 이런 목소리가 뭍히고 숨겨질 것을 우려하기는 하지만 현재는 엄연히 민주사회이며 권력이 모든 것을 가리기는 불가능하다. 단순히 좌절하고 허탈감과 무력감에 젖어 상대방을 비난하고만 있기에는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나는 더 공부하고 생각해서 내가 바라는 사회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지지할 것이다.


---


페북에 쓴글에서 뒤에 사족(?) 진심(?) 을 빼고 가져왔다. 지난 2월에 했던 생각들 덕분인지 결과를 접한 순간의 멘붕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2/02/01 - [Daily Log] - 중산층 엘리트


다만 그때도 생각만 있었으니 이제는 조금씩 뭐라도 해야겠다. 그래서 뭘 할거냐?


1. 고래 시작 (http://www.goraeya.co.kr/) -- 1구좌 신청 완료.

2. 진성 당원 되기 -- 진보정의당과 (구) 진보신당 사이에서 고민중. (구) 진보신당은 다시 살아날까?

3. 심상정의원 후원하기 -- 노회찬?

4. 책읽기 -- 김규항씨 책은 대부분 낙타형한테 빌릴 수 있을 듯. 일단 비그포르스를 빨리 읽자.

5. 기부 -- 아직 조사 중. 종교적 색채가 없는 곳으로 찾아보자.

6. 조카가 좀 더 크면 고래 정기구독 해주기.

7. 재능 기부 -- 야학? 공부방? 언제가 되든 한국가면 무조건 실행. 사전 조사부터.


일단 당장 생각나는건 이정도. 여전히 소극적이지만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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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www.snulife.com/?mid=graduate&page=2&document_srl=19918997&list_type=V


생각해 볼만한 글과 댓글들이다. 스랖을 안하는 사람을 위해 간단히 요약을 하자면, 유럽의 소위 복지국가의 (아마 스웨덴 같은데) 대기업에서 일하는데 평생 야근 안해도 되고 일년에 40일씩 눈치 안보고 휴가 다녀도 정년까지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회사에 다니는 분이 손학규씨의 캐치 프레이즈인 '저녁이 있는 삶'에 공감을 하면서도 우리니라에서 불가능 할꺼라는 나름의 결론은 내리게 되었다는 글이다. 그 이유로 세가지를 제시했다.



1. 회사에서 기본적으로 정해진 일의 양에 대해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인력이 배치되어 있다.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지 않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 내가 열심히 했는데도 야근을 하지 않고는 맡은 일을 끝낼 수 없다면 그것은 회사의 잘못이다.


2. 평생직장의 개념. 일을 못하거나 게을러서 경쟁에서 누락되어도 회사를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년 과장이라 해도 안팎에서 눈치주고 눈치받는 사람이 없다. 일을 하고 싶은 사람, 능력있는 사람이 최적 선택해서 위로 올라가므로 오히려 회사에 보탬이 된다. 복지와 사회 안전망이 이를 가능케 한다.


3. 공급자가 왕. 유럽의 일처리가 늦다는 것에 많은 한국 사람들이 불만을 갖는다. 나도 캐나다만 해도 느리다고 불평하기 일쑤다. 하지만 결국 일하는 공급자가 여유롭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여유로워야 한다. 내가 기다려줘야 남도 기다린다. 유럽 휴가철에 논문 보냈다가 레프리 리포트 늦게 온다고 불평하지 말 지어다.



댓글에서 유럽 경제위기의 원인을 이런 시스템에서 찾는 사람들과 한국보다 많은 인력이 고용되면 당연히 월급이 적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데 나도 글을 읽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런 생각이 주로 무한경쟁에 길들여진 한국사람의 전형적인 시각이라는 것과 실제로 회사의 이윤을 경영자나 오너 일가에서 과도하게 가져가는데 문제가 있다는 걸 생각치 못한 것이라는 댓글을 보니 과거의 압축 성장이 가져온 문화적 DNA가 내 몸에도 남아 있는 것 같아 섬뜩하다. 


연구직이 가진 장점이자 단점은 정해진 일의 양이 모호하기 때문에 야근이 자신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천문연의 '나태함'에 대해 불만을 갖는 사람들이 꽤 많은걸 보면 정년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직종이나 눈치는 봐야한다. 기초과학 연구직은 분명 공급자가 왕 인거 같긴 하다. 문제는 내 연구를 소비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일처리가 늦다고 불만을 갖기 때문에 항상 여유로울 수는 없다는 데 있다. 내가 이런 불평을 하기에는 평소에 너무 일을 안한다. 다만 회사의 가장 기본 구성원인 노동자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충분히 보장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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